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로 본사 이전을 확정한 DL그룹이 하반기 내 모든 계열사의 입주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사진은 마곡CP4 원그로브 외부 전경. /사진=태영건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로 본사 이전을 확정한 DL그룹이 신사옥 입주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다음 달 DL이앤씨를 시작으로 순차적인 신사옥 이전을 진행해 하반기 내 모든 계열사의 입주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전 후보지로 거론됐던 종로구 수송동의 옛 본사 부지는 올해 안에 철거에 들어가면서 재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1일 DL이앤씨에 따르면 현 사옥인 종로구 평동 디타워 돈의문 일부 시설의 운영을 지난 17일 종료했다. 회사 측은 사옥 이전에 따른 원상복구 작업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본격적인 이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주력 계열사인 DL이앤씨 등이 속한 DL그룹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마곡지구 오피스빌딩 '원그로브'로 본사 이전을 안내한 바 있다. 다음 달 DL이앤씨부터 부서별로 이전 작업을 시작해 10월쯤 전 계열사가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마곡도시개발사업구역 내 특별구역(CP4)에 위치한 업무·상업 복합시설인 원그로브는 연면적 약 46만3000㎡에 지하 7층~지상 11층 4개 동으로 조성된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크기에 버금가는 규모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규모가 큰 작업인 만큼 이사에 두세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전 계열사가 한 건물에 집결하는 만큼 협업과 소통 측면에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L이앤씨를 비롯해 DL·DL케미칼·DL에너지 등 DL그룹은 2020년 디타워 돈의문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 임차 만기가 도래하며 5년 만에 사옥 이전을 결정했다.
그룹 일부 계열사는 DL이 소유한 종로구 수송동 사옥(대림빌딩)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현 임차인인 종로구청이 계약 연장을 요구함에 따라 전 계열사의 마곡 이전이 확정됐다. 사진은 강서구 마곡지구 전경. /사진=강서구

대림빌딩, 종로구청 퇴거 후 하반기 철거

당초 그룹 일부 계열사는 DL이 소유한 종로구 수송동 사옥(대림빌딩)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임차 중인 종로구청이 계약 연장을 요구함에 따라 전 계열사의 마곡 이전이 확정됐다. 현재 대림빌딩은 신청사 이전을 계획 중인 종로구청이 임시 청사로 사용 중이다.

종로구청과 임대차계약은 이달 만료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장됐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현재 9월 말까지 계약이 연장된 상황으로 추가 계약은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10월부터 인근 케이트윈타워로 임시 청사를 옮길 계획이다.

대림빌딩은 올 하반기 철거에 들어간다. DL이앤씨에 따르면 종로구청 퇴거 이후 추가 임차인을 받지 않고 바로 철거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림빌딩 재개발사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림빌딩은 연면적 2만4621㎡에 조성된 지하 3층~지상 12층 업무시설로 1976년 사용승인 후 49년 경과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해당 부지가 포함된 '수송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제1-2지구'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해당 부지에는 연면적 약 5만4000㎡ 지하 8층~지상 20층의 업무·문화·집회·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선다.

DL그룹은 디타워 돈의문에 투자한 지분을 지난해 11월 NH농협리츠운용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8953억원가량으로 초기 투자금 약 6600억원과 임대료·수수료 등을 제외한 약 13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도심 오피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외곽 지역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DL이앤씨도 임대차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었지만 높은 임대료 부담에 사옥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번 이전을 통해 오피스 임대료 등 고정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마곡지구는 LG와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의 연이은 입주로 새로운 비즈니스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옥 이전을 검토 중인 기업들이 신축 오피스가 밀집한 마곡 등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추세"라며 "타지역 대비 임대료 부담이 낮아 경기 침체기에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