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신세계’, ‘깜짝 놀랄 만한 콘텐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주 사용하는 수식어다. 새로운 유통프로젝트를 흥행으로 이끌면서 유통업계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정 부회장이 최근 ‘세상에 없던’ 또 하나의 파격을 선보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개점한 정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쑈핑’이 개장 초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삐에로쑈핑은 개점 11일 만에 누적 방문객(자체 추산) 10만명(총 11만명)을 돌파하며 ‘대박’을 예고했다.
◆‘삐에로쑈핑’ 개장 초 흥행몰이 성공
삐에로쑈핑은 ‘펀’(fun)과 ‘크레이지’(crazy)를 표방하는 신개념 만물상. 일본의 돈키호테 같은 ‘어뮤즈먼트 디스카운트 스토어’(특이하고 재밌게 상품을 구성한 공간)를 추구한다. 쇼핑에 즐거움을 더하는 데 주력하는 정 부회장의 코드와 맞아떨어진다.
매장 곳곳에 재미요소가 등장한다. 주렁주렁 정신없이 상품들이 매달려 있는가 하면 특가 상품은 ‘급소가격’, 카테고리 대표 상품에는 ‘갑of값’이라고 적힌 유머코드 문구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혼돈의 탕진잼 블랙홀’이라는 매장 콘셉트는 온라인쇼핑에 익숙한 10~30대 젊은 고객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온라인쇼핑이 4년 뒤 189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표)이 나오는 등 유통업계가 e커머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오프라인쇼핑 혁신에도 힘을 쏟은 정 부회장의 ‘역발상’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처음 선보인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이 출범 초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하반기 중 동대문 ‘두타’에 개점하는 2호점 역시 필수 방문 코스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필드 이마트타운… ‘세상에 없던’ 시도
정 부회장의 파격 실험은 최근 10년간 이어졌다. 그가 앞서 내놓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이마트타운, 일렉트로마켓(전자제품 전용마켓), 피코크(신세계 간편식) 등의 혁신형 매장과 상품들도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며 침체기에 빠진 유통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2년 전 경기도 하남에 처음 문을 연 스타필드다. 스타필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시설을 갖춰 쇼핑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공간으로 조성한 쇼핑테마파크다. 어린이 완구 전문점 ‘토이킹덤’, 유아용품 전문점 ‘베이비서클’ 등 각종 체험형 전문점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개장 초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하남을 시작으로 고양, 코엑스까지 잇따라 오픈하며 쇼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매장별로 연간 25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빼놓을 수 없는 정 부회장의 혁신 중 하나다. 그는 2010년 국내 대형마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선보였고 사업 시작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이라는 호실적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공 요소는 경쟁사인 미국계 코스트코와 달리 회원제로 운영하지 않아 연회비가 없는 점, 다양한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점 등이 꼽힌다. 편리한 접근성을 통해 기존 대형마트 고객을 유입하고 코스트코 고객의 발걸음을 돌렸다는 얘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 같은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오픈 8년 만에 1조521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조9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마트만의 색깔을 담은 제품 판매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 이마트 식품브랜드 피코크와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은 이마트만의 킬러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현재 노브랜드는 별도 전문 매장을 130개(6월 기준)까지 늘리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런 가시적인 성과들을 일궈내기까지 세세한 제품 하나부터 시설과 운영계획 등 전반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살피며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험이냐 모방이냐… 곱지 않은 시선도
물론 그의 혁신 뒤에 모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오픈한 삐에로쑈핑은 일본의 돈키호테와 유사하다. 또 노브랜드와 스타필드는 각각 캐나다의 유통업체가 선보인 노네임, 글로벌 유통기업 웨스트필드그룹의 백화점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해외 다양한 시설과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했다는 게 정 부회장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품의 진열과 구성 등을 볼 때 베끼기에 더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부회장의 이런 전략이 다른 창업자의 노력과 결실을 수탈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성공이 단순히 모방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방이라는 말에는 기술력 없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정 부회장은 차별화를 통해 기존 서비스나 제품을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재창조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벤치마킹과정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철저히 반영한다”며 “이를테면 체험형 매장 확대나 애완견 동반쇼핑, 무질서한 상품진열 등과 같은 미세한 차별화를 이뤄내 시장으로부터 새롭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적 모방과 소비자 위주의 사고를 거쳐 나온 새로운 서비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 부회장의 '파격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자 앞으로의 신세계를 이끌 키워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9호(2018년 7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주 사용하는 수식어다. 새로운 유통프로젝트를 흥행으로 이끌면서 유통업계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정 부회장이 최근 ‘세상에 없던’ 또 하나의 파격을 선보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개점한 정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쑈핑’이 개장 초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삐에로쑈핑은 개점 11일 만에 누적 방문객(자체 추산) 10만명(총 11만명)을 돌파하며 ‘대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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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에 문 연 삐에로쇼핑/사진=뉴스1 박지수 기자 |
삐에로쑈핑은 ‘펀’(fun)과 ‘크레이지’(crazy)를 표방하는 신개념 만물상. 일본의 돈키호테 같은 ‘어뮤즈먼트 디스카운트 스토어’(특이하고 재밌게 상품을 구성한 공간)를 추구한다. 쇼핑에 즐거움을 더하는 데 주력하는 정 부회장의 코드와 맞아떨어진다.
매장 곳곳에 재미요소가 등장한다. 주렁주렁 정신없이 상품들이 매달려 있는가 하면 특가 상품은 ‘급소가격’, 카테고리 대표 상품에는 ‘갑of값’이라고 적힌 유머코드 문구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혼돈의 탕진잼 블랙홀’이라는 매장 콘셉트는 온라인쇼핑에 익숙한 10~30대 젊은 고객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온라인쇼핑이 4년 뒤 189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표)이 나오는 등 유통업계가 e커머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오프라인쇼핑 혁신에도 힘을 쏟은 정 부회장의 ‘역발상’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처음 선보인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쑈핑이 출범 초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하반기 중 동대문 ‘두타’에 개점하는 2호점 역시 필수 방문 코스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필드 이마트타운… ‘세상에 없던’ 시도
정 부회장의 파격 실험은 최근 10년간 이어졌다. 그가 앞서 내놓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이마트타운, 일렉트로마켓(전자제품 전용마켓), 피코크(신세계 간편식) 등의 혁신형 매장과 상품들도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며 침체기에 빠진 유통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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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픈/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빼놓을 수 없는 정 부회장의 혁신 중 하나다. 그는 2010년 국내 대형마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선보였고 사업 시작 이후 매년 두자릿수 성장이라는 호실적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공 요소는 경쟁사인 미국계 코스트코와 달리 회원제로 운영하지 않아 연회비가 없는 점, 다양한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점 등이 꼽힌다. 편리한 접근성을 통해 기존 대형마트 고객을 유입하고 코스트코 고객의 발걸음을 돌렸다는 얘기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 같은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지난해 오픈 8년 만에 1조521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조9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마트만의 색깔을 담은 제품 판매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 이마트 식품브랜드 피코크와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 등 자체브랜드(PB) 제품은 이마트만의 킬러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현재 노브랜드는 별도 전문 매장을 130개(6월 기준)까지 늘리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런 가시적인 성과들을 일궈내기까지 세세한 제품 하나부터 시설과 운영계획 등 전반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살피며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험이냐 모방이냐… 곱지 않은 시선도
물론 그의 혁신 뒤에 모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오픈한 삐에로쑈핑은 일본의 돈키호테와 유사하다. 또 노브랜드와 스타필드는 각각 캐나다의 유통업체가 선보인 노네임, 글로벌 유통기업 웨스트필드그룹의 백화점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해외 다양한 시설과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했다는 게 정 부회장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품의 진열과 구성 등을 볼 때 베끼기에 더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부회장의 이런 전략이 다른 창업자의 노력과 결실을 수탈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선 정 부회장의 성공이 단순히 모방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방이라는 말에는 기술력 없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정 부회장은 차별화를 통해 기존 서비스나 제품을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재창조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벤치마킹과정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철저히 반영한다”며 “이를테면 체험형 매장 확대나 애완견 동반쇼핑, 무질서한 상품진열 등과 같은 미세한 차별화를 이뤄내 시장으로부터 새롭고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적 모방과 소비자 위주의 사고를 거쳐 나온 새로운 서비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정 부회장의 '파격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자 앞으로의 신세계를 이끌 키워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9호(2018년 7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