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하이마트 매장. /사진=김경은 기자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하이마트 매장. /사진=김경은 기자

#최근 노트북을 구매하려던 대학생 최예슬씨(23)는 혼란에 빠졌다. 가전제품 매장마다 노트북 가격이 천차만별인 탓이다. 특히 제조사 대리점보다 하이마트의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왜 전자제품은 판매처마다 가격이 다른 걸까. 

◆대리점보다 양판점이 싼 이유

소비자들은 대리점, 양판점(量販店), 백화점, 홈쇼핑,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자제품을 구입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전자제품 유통구조는 대리점이 전체시장의 80~90%를 차지했다. 따라서 제조사가 책정한 가격이 곧바로 시장가격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유통채널이 다양화되면서 가격차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화점이나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 등 대리점은 전자제품을 출고가격에 판매한다. 본사나 매장 정책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질 때도 있지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이마트와 같은 양판점은 다르다. 양판점은 대량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이다. 여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고 할인행사가 많아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무엇보다 백화점이나 판매점보다 저렴한 가격이 강점으로 꼽힌다.

양판점 제품이 저렴한 이유는 박리다매식의 유통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마트는 전국 460여개 매장을 본사 직영으로 운영한다. 본사와 제조업체가 대량의 가전제품을 직거래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이마트의 한 직원은 “제조사 대리점은 각 매장에서 제품을 개별적으로 가져오는 반면, 하이마트는 본사에서 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와 전국 매장에 보내기 때문에 고객에게 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최씨가 사려는 노트북은 LG전자 제품으로 모델명 '15Z980-G.AA50K'다. 최씨가 지난 23일 방문한 강서구의 LG베스트샵과 하이마트에서는 해당 모델을 각각 200만원과 195만원에 팔고 있었다. 심지어 이날 하이마트에서는 타임세일로 180만원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LG베스트샵(왼쪽)과 하이마트에서는 동일 모델의 노트북을 각각 200만원과 195만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최모씨 제공
LG베스트샵(왼쪽)과 하이마트에서는 동일 모델의 노트북을 각각 200만원과 195만원에 판매 중이다. /사진=최모씨 제공

◆'전용모델' 왜 만드나 

하지만 양판점에서 사는 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대리점에서는 고사양 위주의 제품이, 양판점에서는 저사양 제품이 주로 판매된다.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대리점에 납품되는 고사양 제품을 ‘전속모델’, 그 외 양판점과 홈쇼핑으로 나가는 제품을 ‘전용모델’이라고 지칭한다. 

전용모델은 제조사가 양판점, 홈쇼핑 등 판매처의 요청에 따라 단가를 낮춰 공급하는 제품이다. 디자인, 기능, 재질 등에서 전속모델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사양을 낮추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그러나 전용모델이 내구성이나 부속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저렴한 재질로 마감하거나 없어도 될 만한 부가기능을 줄여 단가를 낮추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제조사는 물량을, 양판점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의 유통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용모델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모델명을 잘 살펴야 한다. 양판점에서 봤던 제품을 대리점에서 찾으면 언뜻 같은 제품 같아도 알파벳이나 숫자에서 차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최씨가 구매를 계획한 LG전자 '2018년형 올뉴 그램 15.6인치‘는 모델명이 15Z980이지만 사양별로 세부 모델명이 붙는다. ▲15Z980-GR3HK ▲15Z980-GA5BK ▲15Z980-GA70K ▲15Z980-GA50K ▲15Z980-G.AR3MK ▲15Z980-M.AR3MK ▲15Z980-G.AR3BK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LG베스트샵의 한 직원은 “사양이나 판매처에 따라 모델명이 달라진다”며 “CPU, 메모리 등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을 확인한 뒤 모델명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