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업계가 쥐고 있던 미디어플랫폼산업의 주도권이 유튜브로 완전히 넘어갔다. 유튜브는 지난 6월 기준으로 매월 18억명의 전세계 이용자를가 접속했다. 같은 기간 국내는 3043만명이 총 289억분을 시청했다. 유튜브가 동영상 플랫폼 수준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머니S>는 이같은 유튜브 신드롬을 짚어보고 앞으로 뉴미디어 시장의 전망을 알아본다.

[미디어천하 유튜브 전성시대] ② 4만명이 반한 '재치만발 리뷰'


'방구석리뷰룸' 채널 유튜버 이가을씨./사진=김정훈 기자
'방구석리뷰룸' 채널 유튜버 이가을씨./사진=김정훈 기자

“처음에는 교통비만 벌려고 했는데 어느새 월급이 됐네요.”


덥수룩한 수염이 마스코트인 IT리뷰 크리에이터(유튜버) 이가을씨(34·채널명 방구석리뷰룸)를 만났다. 방구석에서 말 몇마디로 시청자와 소통하던 그는 어떻게 구독자 4만여명을 거느린 스타유튜버가 될 수 있었을까. 그에게 유튜브에 관한 이야기, 크리에이터가 되는 법 등을 들어봤다.
◆좋은 유튜버? “센스와 재치 필수”

지난해 1월 개설된 방구석리뷰룸 채널은 현재 구독자만 4만6000여명, 총 조회수는 560만회에 달한다. 개설 2년이 채 안된 채널치고는 놀라운 성장세다. 특히 유튜브에서 IT기기 관련 리뷰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활발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수치다.

“시작할 때 구독자 1만명만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4만 구독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가을씨의 주 방송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의 앱 사용법 리뷰다. 물론 이밖에도 다른 유튜버와의 컬래버레이션, 방구석을 떠나 야외나 해외에서 방송을 하는 '방탈출 콘텐츠'도 진행한다. 영상마다 달리는 수백개의 댓글은 이씨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씨는 원래 미디어쪽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취미 삼아 다이소 휴대폰 거치대 리뷰 방송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게 반응이 좋았다. 조회수가 몇만이 되면서 “어라 이걸 보네”라고 생각한 이씨는 내친 김에 유튜버로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취미 삼아 진행했을 때와 달리 이제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얼굴도 공개했다.

“처음에는 목소리만 나갔거든요. 얼굴을 나중에 공개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제가 좀 미소년 목소리거든요. 그런데 웬 아저씨가 나와 방송을 하고 있으니 다들 충격을 받은 거죠.”

이씨가 얼굴을 공개한 이유는 유튜브의 트렌드를 읽기 시작해서다. 그는 사람들이 단순히 정보를 얻으려 유튜브에 들어온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그들은 유튜브 속에서 뭔가 새로운 관계를 맺길 원했다.

“댓글이 달리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에게 시나브로 정이 드는 겁니다. 댓글을 자주 다는 닉네임은 이제 보기만 해도 반갑죠. 채널별로 다르겠지만 초기에 성장시켜주는 것은 이들 같은 팬덤의 힘이 커요. 저도 이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방구석리뷰룸 채널 방송 모습./사진=이가을씨 제공
방구석리뷰룸 채널 방송 모습./사진=이가을씨 제공

방구석리뷰룸 채널의 리뷰는 소프트웨어 중심이다. 아이폰 제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앱의 사용법을 알기 쉽게 제공하는 식이다. 처음에 생활비만 벌자고 시작했지만 유튜브를 통한 수입이 어느새 다른 프리랜서 업무 수익을 뛰어넘었다. 이제는 웬만한 중견기업 신입사원 초봉정도를 벌게됐다.
유튜버가 높은 수익을 낸다는 소문이 퍼지며 너도나도 크리에이터로 뛰어드는 경향이 짙어졌다. 산업 규모도 커졌다. 최근에는 대형기획사가 소속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등 웬만한 연예산업 뺨칠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메이저 언론이나 방송사가 서브컬처 개념으로 유튜브를 공략해요. JTBC가 만든 가수 박준형의 ‘왓썹맨’ 같은 프로는 이미 대박이 났고요. 이들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인지도도 높아 파급력이 크고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하죠. 그리고 일단 참 잘해요. 예능에 특화된 사람들이잖아요.”

그럼에도 이씨는 결국 좋은 콘텐츠와 센스를 겸비한 유튜버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는 순발력이 반이에요. 단순히 치킨을 먹는 것이 콘텐츠가 될 수는 없지만 크리에이터가 아주 맛있게, 그리고 재밌게 얘기하며 먹으면 그건 콘텐츠가 돼요. 좋은 콘텐츠가 바탕이 돼서 크리에이터의 센스와 재치가 더해지면 재밌는 방송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수익은 어떻게 내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유튜버를 할 수 있을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인도 유튜버를 할 수 있다. 단 수익을 낼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유튜브의 제작사 구글은 유튜버들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규제를 통해 사업을 재정비 중이다. 과거 누구나 동영상을 올리고 높은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채널 구독자가 1000명, 총 시청시간이 4000시간이 넘어야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한다. 꾸준히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만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방구석리뷰룸 채널 방송 모습./사진=유튜브 방송 캡처
방구석리뷰룸 채널 방송 모습./사진=유튜브 방송 캡처

그렇다면 수익은 어떻게 배분될까. 2년차 유튜버인 이씨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어떻게 수익이 배분되는지 알지 못해요. 광고시청수에 따라 수익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 있다는 정도죠. 만약 영상을 보기 전 광고가 나올 때 5초 후 스킵하면 광고시청으로 잡히지 않아요. 광고영상을 몇초나, 몇분이나 봐야 시청으로 볼 건지에 대한 개념도 잡혀있지 않죠. 그냥 광고를 무조건 시청하는 것이 유튜버 수입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예요.”

현재 이씨는 크리에이터시장이 커지면서 대형기획사에서 영입제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저기서 제안이 들어오지만 아직 어딜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딱히 불편함을 못 느끼고 제가 워낙 혼자 알아서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를 순수하게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스폰서십보다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고 싶어요.”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방송의 질을 키우고 싶다는 이씨. 기자가 유명 뷰티크리에이터에게 면도를 받는 컬래버가 어떠냐고 제안하자 그는 이 수염이 어느새 ‘캐릭터 시그니처’가 돼 깎기 곤란하다며 웃는다. 방구석에서도 콘텐츠가 탄생하는 세상 속,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계가 기대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