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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제조업체, 정보통신기술(ICT)업체, 유통업체도 핀테크를 기반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비금융권이 이른바 ‘페이’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간편결제시장 규모는 40조원에 달한다. 지급결제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금융권 페이시장 진출 배경은
비금융권이 페이시장에 뛰어드는 건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페이가 대표적이다. 아이폰에선 사용할 수 없어 국내 시장에서 삼성 스마트폰의 이용 확대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범용성과 이용 편의성을 바탕으로 삼성페이의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결제액도 18조원을 넘어섰다.
신세계아이앤씨가 2015년 7월 유통업계 최초로 출시한 SSG페이도 기존 상품권의 이용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해야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SSG페이에 등록하면 1000원짜리 물품도 바로 결제할 수 있다. SSG페이머니는 SSG페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사이버머니다.
SSG페이는 최근엔 ‘유통혁신’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꾀한다. 신용카드 결제 시 기타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하려면 해당 카드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바코드를 따로 제시해야 하지만 SSG페이는 이러한 기능을 한번에 제공한다. 신세계아이앤씨 관계자는 “SSG페이가 신세계를 기반으로 제작된 간편결제서비스지만 최근엔 PG사인 KG이니시스와 제휴하는 등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SSG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해 1월 3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 3월 600만명을 넘었다. SSG페이 결제액은 올해에만 2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신세계는 보고 있다.
온라인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유통망에서의 결제 편의성을 위해 출시한 서비스다. 온라인몰 이용 시 해당 사이트 회원가입, 결제 프로그램 설치 등에 따른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한 도구였던 셈이다. 그 결과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간편결제시장에 특화돼 있다. 가맹점 수는 22만6000개로 국내 온라인시장에서 네이버페이 사용이 가장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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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플랫폼 기반 ‘B2B2C’ 모델로 가나
이처럼 비금융권이 페이서비스를 본 사업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가운데 지급결제시장을 이끌어온 금융권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국내 신용카드업계는 비금융권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이 더 강화되면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에게 신용을 공여해 훗날 대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신용카드업 자체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 강국’ 중국이 그 예다. 유통 공룡업체 알리바바가 2005년 간편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선보인 건 유통채널을 확대하기 위해서였지만 영향력을 확대하며 전세계 사용자 수를 9억명으로 늘렸다. 중국 내 사용자 수도 5억명가량이다. 선불 및 직불 형태인 알리페이가 주도하는 중국 시장에서 신용카드사 업자가 설 자리는 크지 않다.
물론 신용카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중국과 신용카드 사용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비금융권이 내세우는 플랫폼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금융권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상태다.
알리페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과 ‘중국판 페이스북’ 큐큐(QQ)가 있는데 사용자 수는 10억명이 넘는다. 2014년 9월 출시된 카카오페이 사용자 수가 2300만명을 돌파한 것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서다. 국내 신용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결제플랫폼 ‘신한판(FAN)’이 최근에야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비금융권 업체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앞으로 간편결제시장이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전통 결제시장은 B2C(기업 대 고객)모델이다. 서비스 사용료를 고객이 기업에 낸다는 의미다. 반면 간편결제시장은 ‘무료모델’이다. 삼성페이를 사용하더라도 고객이 삼성전자에 내는 수수료는 없다. 마찬가지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SSG페이 등을 사용하더라도 각 사업자에 별도의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무료모델이지만 플랫폼비즈니스가 더 확대되면 B2B2C(기업 대 기업 대 고객)모델, 즉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통해 고객에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간편결제시장에서 카드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결제플랫폼 영향력이 더 커지면 플랫폼사업자가 카드사에 이용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카드업계가 디지털 플랫폼 회사를 표방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ICT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현금 없는 사회를 신용카드사가 주도했다면 현재는 비금융권이 ‘지갑 없는 사회’를 이끌고 있다”며 “장기적인 목표는 생활금융플랫폼 구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가 ‘카드수수료 제로(0)’를 표방한 ‘제로페이’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페이시장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큐알코드 결제 인프라 구축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기술표준 개발을 정부가 계획하고 있어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소상공인 전용 큐알코드를 개발해 지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7월까지 전국 가맹점 8만여곳에서 큐알코드 생성 신청을 해왔다. 앞으로 사용 가능한 가맹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5호(2018년 8월29일~9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