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 사진=머니S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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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많은 기업이 제 나름의 이유로 사명을 변경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 36개사와 코스닥 88개사 등 124개 상장사가 128건(코스피 36건, 코스닥 92건)에 걸쳐 국문 또는 영문사명을 바꿨다.
또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호변경에 나선 기업은 지난 2015년 98사, 2016년 99사, 2017년에는 106사였으며 올 상반기에는 58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에 등록되지 않은 기업들까지 합하면 해마다 가히 수백여 개의 기업들이 이름을 바꾸는 셈이다. 이들 기업들이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분할이나 합병, 또는 신사업 추진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사명을 변경하는가 하면 실적부진의 꼬리표를 떼고자 상호변경을 추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분할·합병 또는 사업 다각화 위해 사명을 바꾸는 회사가 있다. 사브와 캐딜락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던 GM코리아는 현재 캐딜락 브랜드 보유,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캐딜락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빛과전자는 광통신 부품업에 유통업을 추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상호를 라이트론으로 바꿔 달았다. 또한 부진한 실적 감추기 위해 바꾸는 회사도 더러 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부실기업 이미지를 씻어보려고 이름을 바꾸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대체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기업 재무 상황과 주가는 악화 일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 행남자기는 행남생활건강으로 상호를 바꿨다가 다시 행남자기로 변경했으나 최근에는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아이지스시스템으로 상호를 변경한 경봉은 지난해 매출이 16% 감소하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광희리츠는 에이리츠로 이름을 바꿨으나 매출액은 전년보다 98.5% 급감한 6억여 원에 그치며 관리종목이 됐다.

특히 갑질, 횡령, 소비자피해 등 오명 벗어나기 위해 바꾸는 회사도 있다. 지난해 회사명을 GMR머티리얼즈로 바꾼 스틸앤리소시즈의 경우도 2015년 창업자가 사기·횡령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14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옥시는 사명을 ‘RB코리아’로 변경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103명은 옥시 제품 사용자였다. 글로엔엠도 가습기살균제 사고 이후 제너럴바이오로 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는 현재 다단계회사 지쿱을 자회사로 편입,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명변경은 이미지 개선이나 분할 합병 및 사업 다각화를 통한 경영 합리화 등 긍정적인 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이름만 바꾸고 전혀 다른 기업인 양 꾸미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