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재발견-중] ‘이색 옥상’을 찾아서 

#1. 주부 황모씨는 지난해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낭만적인 야외 결혼식을 꿈꿨지만 비용부담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 선뜻 식을 올릴 수 없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한 전통시장 내 건물 옥상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반예식보다 저렴하면서 황씨가 원하던 야외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황씨는 꿈의 결혼식을 올렸다.


#2. 작은 사업체를 운영 중인 민모씨는 올해 초 직원들과 이색 단합대회를 가졌다. 매년 가까운 곳으로 MT를 떠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핫플레스로 떠오른 이태원동 경리단길에 있는 옥상을 통째로 빌려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민씨는 “도심 옥상에서 회식을 즐기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종종 옥상 파티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옥상 놀이터 시대. 과거에는 예쁜 카페나 이색 바를 찾아 분위기를 냈다면 최근에는 옥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잘 꾸며놓은 옥상에서 회식하거나 공연을 감상하는 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결혼식이 열리고 텃밭이 가꿔지고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옥상을 재탄생시키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동대전 홈플러스 풋살파크장. /사진제공=홈플러스
동대전 홈플러스 풋살파크장. /사진제공=홈플러스

◆키즈파크·풋살장…재미가 있는 옥상
최근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옥상 축구’다. 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는 옥상 유휴부지를 활용한 풋살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풋살파크는 친환경 인조잔디가 깔린 구장이다. 연중 어느 때나 지역 시민과 유소년 축구클럽이 생활체육을 위해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지난해 9월1일에는 동대문점 HM풋살파크에서 어린이 축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 1~3학년 각 8개팀씩 총 32개팀, 320여명의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를 치렀고 이를 응원하는 부모님과 친인척, 코치진을 포함한 주민과 고객 등 1200여명이 옥상을 다녀갔다.


홈플러스 풋살파크는 최근 13호점을 돌파하며 전국 최대 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HM스포츠는 부산, 천안, 창원, 순천 등 각 권역 구장을 2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옥상에 있던 기존 주차장 부지를 용도 변경해 풋살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다”며 “풋살장 외에 다른 시설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를 타깃으로 ‘옥상 수영장’도 인기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 중인 스타필드 하남 3층 옥상에 4000평 규모로 들어선 아쿠아필드가 그 주인공. 야외에 루프톱 수영장이 있는데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풀 등이 있어 인기다. 특히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인근에 있는 검담산과 예봉산이 보이고 한강도 감상할 수 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옥상 전체를 주라지 테마파크로 만들었다. 공룡과 정글을 주제로 야외 공간에서 공룡은 물론 대형 코끼리와 기린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어린이 놀이공간과 대구시 최초 아쿠아리움도 있다.

위례신도시에 오픈한 ‘스타필드 시티’는 10층 옥상에 애완동물 시장을 겨냥한 애견 전용 시설을 열었다. 옥상 스타가든 안에 ‘펫파크’를 조성해 천연 잔디 위에서 반려견들이 목줄 없이 놀 수 있다.

AK플라자 평택점은 10층 옥상 야외파크에 어린이 놀이시설 ‘닥터밸런스’를 열었다. 총 529㎡ 규모에 자연 식물을 5000그루 이상 조성해 실제 아프리카 정글 분위기를 연출하고 초대형 정글짐, 아우토반 키즈로드, 스카이워크, 볼대포, 블록놀이, 벅스라이프 등 다양한 놀이시설로 구성했다.

이색적인 옥상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옥상을 웨딩 공간으로 꾸며 무료로 제공한다. 웨딩 컨시어지가 예식에 소요되는 각종 장치와 장식을 신혼부부 취향에 맞도록 설계해준다. 이색적인 야외 결혼식을 꿈꾸는 신혼부부는 11층 옥상정원에서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별한 웨딩마치를 경험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옥상을 활용해 이색적인 공간을 만들면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다양한 고객을 유치하는 장점이 있다”며 “옥상에 올라온 고객들이 매장으로 내려가면서 구매하는 샤워 효과를 기대하면서 옥상 활용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사진=뉴스1 DB
대구 신세계백화점. /사진=뉴스1 DB

◆직원들 휴게공간으로… 옥상의 변신은 무죄
옥상은 때론 휴식공간으로 변한다. 제약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대문구 용두동에 위치한 본사건물 옥상에 ‘로사리움’을 조성했다. 로사리움은 동아제약과 동아에스티 등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들에게 휴식 공간 및 편안한 소통 공간을 제공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도시와 자연의 연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건강한 연결’이라는 콘셉트로 본관 옥상 약 500㎡ 면적에 휴식 및 녹지 공간 옥상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의 이름인 로사리움에는 ‘장미의 정원’이라는 뜻을 담았다. 로사리움은 소나무와 단풍나무, 포도 덩굴과 백합나무, 불두화와 라일락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로 꾸며졌다. 또 데크와 잔디 등 공간에 따라 다채로운 테이블과 파라솔을 두어 동아제약, 동아에스티 등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 누구나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기존의 삭막했던 옥상이 휴게시설과 다양한 식물 및 꽃들로 꾸며져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옥상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용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물탱크 시설이나 창고 용도로만 쓰였던 버려진 공간, 옥상의 변신은 삭막한 도시를 새롭게 재생한다는 의미도 있어 마이애미, 도쿄, 상하이 등 해외 대도시에서 각광 받고 있다”며 “옥상을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살린다는 것은 기업 이미지를 높일 뿐 아니라 수익 창출 효과도 낳는 등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5호(2019년 3월26일~4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