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제6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이지완 기자
한진칼 제6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이지완 기자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만 웃었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과 KCGI 측의 석태수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반대 등으로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한진칼은 29일 오전 9시35분쯤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 대강당에서 제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참석주식수 산정 과정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정됐던 오전 9시를 훌쩍 넘겼다.

이번 주총에는 ▲제6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주인기, 신성환, 주순식 사외이사 선임의 건 ▲석태수 사내이사 선임의 건 ▲이사 및 감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시작부터 혼란스러웠다. 제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부터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며 표결에 부쳐졌다. KCGI 측은 차입금 증가에 따른 배임 이슈 등을 지적했다. 이에 한진칼 측은 “미국 금리인상 및 올해 금융시장 경색예고 등 환경이 좋지 않았고 연초 만기도래 단기 차입금 등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주총의 쟁점은 정관변경의 건 중 ‘이사의 자격’ 관련 내용과 석태수 사내이사의 재선임 건이었다. 국민연금은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금고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을 포함하자고 주주제안했다. 이는 앞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 회장은 약 270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최근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상황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통과될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한진칼에서도 물러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해당 안건은 찬성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부결됐다.
한진칼 제6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이지완 기자
한진칼 제6기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이지완 기자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관련 안건도 올라왔다. 이번 안건은 대주주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2대 주주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과거 한진해운 사태 등의 책임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표명한 상태였다.
석태수 부회장은 “노력했지만 미흡한 점도,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재선임을 해준다면 책임경영으로 회사가 좀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더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KCGI 측은 “2013년부터 한진해운을 살리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하는데 글로벌 경기가 어려워 파산했다”며 “사실 이것보다 2016년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상표권을 7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주주이익을 훼손했다. 이에 연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찬반 의견이 오간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고 결과는 한진칼의 승리였다. 석태수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찬성 65.46%, 반대 34.54%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