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승계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삼성의 승계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이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승계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해당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포괄적인 유감표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예상을 깨고 구체적으로 어떤 논란이 있는 지에 대해서까지 언급했다. 그는 “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문제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 왔고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SDS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다”며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혐의로 재판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승계와 관련한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부회장은 “이제는 경영권 승계로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이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며 “법을 어기는 일 결코 안 하고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안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에 4세 경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빈자리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대신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아이티업의 특성으로보나 전문성과 통찰력 갖춘 최고수준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한다”며 “성별, 학벌,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가 주인의식과 사명감 갖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하는 게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이다. 5년 전의 사과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사과라면 이날 사과는 삼성의 총수로서 사과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방식의 사과가 점쳐졌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행사장에 나와 고개를 숙인 것은 사과의 진정성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