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정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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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범죄심리학자이자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표창원의 정치비평서로 프로파일링을 하듯 한국 정치계를 뜯어보고 대차게 폭로했다.
비판은 보수,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2015년 12월 정치 입문 후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탈당하기까지 정치계에 몸담은 시간 동안 목격한 불의를 모조리 기록했다.

저자는 총선 지역구 후보로 나섰을 때를 이렇게 회고했다. "선거캠프로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참 위험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중장부를 마련해 선거 비자금을 만들어주겠다는 사람, 이동용 저장장치(USB)를 들고 와 그 안에 '지역 유권자 수만 명의 연락처가 있다'며 거래를 요구하는 사람,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트려주겠다는 사람…." 이들은 "당신 혼자만 안 하면 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뒤에서 저자를 비방했다고 한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일 안 하고 비싼 혈세만 축낸다'는 비난을 듣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원의 업무 상당 부분이 "정규 '의정활동'이 아닌 '다른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일'이란 "지역 행사에 참석하고, 유력 단체나 인사들을 만나고 이들과 식사하며 '긴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등"의 '지역구 활동'을 말한다.

저자는 "다수의 의원들이 '지역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의결정족수나 개의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그 때문에 회의 일정을 못 잡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국회의 '일상사'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들이 "의원실로 장관 및 차관이나 국장, 혹은 실무 공무원들을 호출하거나 전화를 걸어 호통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 등, 국민이 볼 수 없는 곳에서의 '갑질'은 더욱 잦고 심하다"며 일상화된 의원들의 '갑질'도 폭로했다.

국내 청년 정치에 대해서는 "기성 정치권력이 청년들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개인을 골라서 특혜성 자리를 마련해주는 지금의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의 '식민지'"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만 이같은 국내 정치 문제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청년 정치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게으른 정의/ 표창원 지음/ 한겨레출판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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