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은 지난 21일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1 |
법원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저작권자가 있는 응원가를 틀 때 작곡가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판결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준영 박원철)는 지난 21일 작곡가 윤일상을 포함한 작곡가 및 작사가 19명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삼성라이온즈가 원고 19명 중 15명에게 50만~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라이온즈는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저작자인 작곡가 15명의 음악 저작물을 응원곡으로 사용하면서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성명표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 라이온즈가 만든 응원가는 원곡 작사가들이 쓴 가사와는 유사하지 않아 가사에 한해 독립된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작곡에 관여하지 않은 작사가 4명의 성명표시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삼성은 음악 저작물을 관리하는 사단법인과 계약하며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무단으로 저작물을 개작해 저작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2012~2016년까지 음악 저작물 악곡을 일부 변경하거나 가사를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했다. 이에 윤일상 씨 등은 지난 2018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윤씨 등은 삼성라이온즈가 본인들의 곡을 응원가로 사용하며 악곡을 변경·편곡하거나 가사를 개사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고 응원가 사용 시 이름을 밝히지 않아 성명표시권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흥을 돋우기 위해 음역대나 박자 템포를 변경한 것으로 전문가가 아닌 관객들로서는 기존 곡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고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만든 경우에는 변경된 가사를 독립적 저작물로 볼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 "음악저작물은 주로 소속 야구선수가 등장하는 동안과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재정비하는 동안 사용됐는데 시간이 매우 짧아 음악 저작권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1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성명표시권 침해 관련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삼성라이온즈는 최소한 정규시즌의 홈경기에서 선수 입장 시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를 부를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는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경기가 종료되고 난 후 경기에 사용됐던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전광판에 한꺼번에 열거하는 방식도 있다"며 "삼성라이온즈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등에서 응원가 영상을 제공할 때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