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맞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넘어 미래먹거리 사업에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화학 맞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넘어 미래먹거리 사업에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뉴스1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배터리 소재·수소·친환경 사업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며 친환경 투자와 신소재 사업화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다. 롯데그룹은 특수화학소재와 수소 등 신사업 발굴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이 강하게 적용됐다. 부진한 실적의 유통BU(사업부문) 수장이 교체된 것과 달리 화학BU를 맡고 있던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실적을 회복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1984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신규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LC 타이탄 대표로 글로벌 화학 사업을 이끌었으며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았다. 2019년부터 롯데그룹 화학BU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도 겸직했다. 

신동빈 "신사업 진출 서둘러라" 주문에… 특수소재·수소 속도 낼 듯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사진=롯데케미칼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사진=롯데케미칼
김 대표는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벗어나 수소·배터리·재활용 등 신성장 사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소재다. 하지만 유가와 글로벌 경기 등에 따라 변동폭이 큰 품목인 만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케미칼에 특수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다른 기업보다 신사업 진출이 늦었다고 평가되는 만큼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일본 특수화학소재 생산업체 2~3곳에 대한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재생용 합성수지(PP·PE·ABS·PC) 비중도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을 감싸는 소재인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등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도 예고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수소에 투자한다. 2024년 울산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운영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액체 수소충전소 50개를 구축하고 2030년에는 복합충전소를 2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연 60만톤의 청정수소도 생산하기로 했다. 

배터리 시장 경쟁력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2100억원을 들여 2023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대산공장 내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카보네이트(DMC) 생산시설을 건설한다. 회사는 분리막 소재로 쓰이는 폴리에틸렌(PE)도 생산하고 있다. 전지 소재 시장은 2021년 39조원에서 2026년 100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전망된다.

LG화학, 10조 붓는 '포트폴리오 대전환' 계획 본격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 체제를 유지한다. 신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재신임을 받았다. 그는 구광모 LG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파격 인사'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신 부회장은 1984년 미국 3M의 한국지사 평사원으로 입사해 한국인 최초로 3M 국외사업 총괄 수석부회장까지 역임하다 2019년부터 LG화학을 이끌어왔다. 

신 부회장은 그동안 준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본격 실행에 옮기는 중책을 맡게 됐다. LG화학은 첨단소재와 석유화학, 생명과학 부문에 총 10조원을 쏟기로 하고 생분해성 공장·바이오 오일 공장 설립, 미국 내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공장 설립 등에 나서고 있다. 신 부회장은 수십건의 인수·합병(M&A)과 합작사 설립도 예고했다.  

그는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소재 사업도 적극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6조원을 투자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 등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양극재 사업은 청주공장에 연산 3만톤 규모의 신규 증설하고 있으며 다음달 구미공장에 6만톤 규모의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2020년 4만톤에서 2026년 26만톤으로 LG화학 양극재 생산능력을 7배가량 늘리겠다는 목표다. 분리막 사업은 일본 도레이와 헝가리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화학의 수소사업 진출 여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신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거나 유통 부문은 저희의 비즈니스는 아니기 때문에 당장 심각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전체 (수소) 에코시스템 중 소재솔루션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많은데 소재를 중심으로 한 LG화학의 기술력이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 3분기까지 LG화학의 누적 매출은 31조원, 영업이익은 4조27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해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을 초과한 수준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직전 3년 합산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5조4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