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뉴스1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 유럽사 교수는 신간 '나폴레옹 세계사'를 통해 개인이나 전쟁 자체의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사적 맥락으로 확대했다.
미카베리즈 교수는 20년 넘게 나폴레옹(1769~1821)과 나폴레옹 시대를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나폴레옹 전쟁이 결코 유럽 안에서 고립된 채 펼쳐지지 않았으며, 전 지구적인 반향을 낳았다는 사실을 1440쪽에 이르는 벽돌책에서 낱낱히 보여줬다. 주석과 참고문헌만 270쪽에 이른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에서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시작부터 1799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의 집권까지의 혁명기를 개관한다. 이 시기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나폴레옹 전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입법회의는 1792년 오스트리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 바로 프랑스 혁명전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는 혁명이 이룩한 것을 수호하고자 했고, 전쟁이 이어지면서 프랑스 군대는 혁명의 결과들을 이웃 나라로 퍼뜨렸다. 하지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이 권좌에 부상하면서 프랑스의 전쟁 목표는 영토 팽창과 유럽 대륙에서의 패권 장악이라는 전통적인 정책들로 회귀했다.

이후 프랑스 혁명전쟁은 1803년에 이름을 바뀐 뒤 1815년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할 때까지 23년간 이어졌다. 이 전쟁은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유럽사에서 대규모이자 고강도 전쟁이었다.


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을 혁명적 투쟁의 지속으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18세기 국제질서의 맥락에서 살폈다. 18세기 유럽의 열강들은 식민지 확대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그 과정에서 벌어진 7년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는 식민지를 상실하고 재정적 어려움에 허덕여야 했다. 그 후유증으로 프랑스 혁명이 터졌고, 뒤이어 혁명전쟁과 나폴레옹 전쟁이 전개된 것.

나폴레옹 전쟁사© 뉴스1
나폴레옹 전쟁사© 뉴스1

두 번째 부분은 나폴레옹 전쟁의 여러 사건들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먼저 혁명전쟁으로 프랑스가 획득한 것을 공고히 하려는 나폴레옹의 시도들과 그에 대한 유럽의 대응을 살폈다.
나폴레옹은 1804년 프랑스 황제로 즉위한다. 그는 1805년과 1810년 사이에 유럽 열강의 세 차례 동맹을 분쇄한 뒤 에스파냐의 대서양 연안선에서부터 폴란드 평원까지 뻗은 대륙으로 지배권을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군대는 유럽의 중요한 변화들을 촉진했다. 그 변화는 오스트리아의 한 정치가가 묘사한 대로 '혁명의 체현'으로 인식될 만한 것들이었다.

나폴레옹은 전쟁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창출하고, 유럽에서 프랑스의 헤게모니 권력을 수립하고자 했다. 유럽 열강은 나폴레옹 프랑스의 야심을 꺾고자 동맹을 맺고 일곱 차례에 걸쳐 대불동맹전쟁을 벌인다.

프랑스와 영국은 유럽만이 아니라 남북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오스만 제국,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제도, 지중해와 인도양에서 지배권을 놓고 다투었다. 책에 수록된 29개의 세밀한 지도는 나폴레옹 전쟁이 미친 지구적 영향을 보여주는 시각적 증거다.

1789년부터 1815년까지의 세계를 담은 지도들은 빼곡하게 수록된 지명들이 전쟁의 양상에 따라 국경선을 넘나들고 속령을 바꾸었음을 보여준다.

보로디노 전투© 뉴스1
보로디노 전투© 뉴스1

특히 보로디노 전투는 나폴레옹 전쟁 가운데 가장 격렬한 순간이며 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를 통해 잘 알려졌다. 1812년 9월7일에 벌어진 이 전투에는 30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참전했다. 12시간의 싸움으로 프랑스국 3만5000명, 러시아군 4만명 이상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저자는 종국적으로 유럽 대륙 전체를 집어 삼키게 될 프랑스-영국의 긴장관계에 초점을 맞춰 스칸디나비아와 발칸반도, 이집트, 이란, 중국, 일본, 남북아메리카 대륙 등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들을 다룸으로써 나폴레옹 전쟁이 얼마나 멀리까지 도달했는지를 실증한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나폴레옹 제국의 몰락과 전쟁 이후의 세계를 폭넓게 둘러본다. 이 시점에 이르러 나폴레옹 전쟁은 아시아에서는 거의 해소되었으므로 서사의 초점은 유럽과 북아메리카로 이동하여, 나폴레옹의 패배와 빈 회의의 소집으로 막을 내린다. 나폴레옹은 직간접적으로 남아메리카 독립의 원인을 제공했고, 중동을 재편했으며, 영국의 제국적 야심을 강화하고, 미국 세력의 부상에 기여했다.

영국은 나폴레옹을 누르고 인도 지배를 공고히 했다. 결국 '희망봉부터 혼곶까지' 자국에 도전할 만한 세력을 일소하며 세계적 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미국은 1776년에 시작한 독립의 과정을 1815년 전쟁으로 마무리하면서 서반구에서 진정한 탈식민 강국으로 부상했다. 또 라인 연방은 독일 연방으로 확대, 변형되면서 독일 통일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 오스만 제국은 유럽의 세력 다툼에 엮이는 사이 이집트와 발칸반도 등 속주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약해졌다.

저자는 나폴레옹 연구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국제나폴레옹학회에서 공로 훈장을, '프랑스 르네상스'에서 공로상은 받은 저자는 이 책으로 2021년 길더르만 전쟁사 상과 미국 군사역사학회의 비미국부문 우수도서상을 받았다.

◇나폴레옹 세계사 /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지음 /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5만8000원.

나폴레옹 전쟁 참전국© 뉴스1
나폴레옹 전쟁 참전국©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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