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겨울 풍경. 이하 스위스정부관광청 제공
베른 겨울 풍경. 이하 스위스정부관광청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겨울이면 전 세계 스키 애호가들이 모여드는 알프스와 달리, 비수기로 접어든 스위스 도시에는 눈송이와 함께 차분함이 내려앉는다.
스위스 도시들은 겨울을 맞이하며 여행객은 물론 그 안에서 생활하는 현지인에게 설렘을 가져다줄 만큼 낭만적인 모습으로 단장한다. 알프스의 소복한 눈꽃 대신 매혹적인 불빛으로 도시 구석구석을 치장한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이 특히 겨울에 평화로운 도시 3곳과 도시를 만끽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루체른 겨울풍경. 이하 스위스정부관광청 제공
루체른 겨울풍경. 이하 스위스정부관광청 제공


◇ 평화로운 겨울 도시 '루체른'
루체른보다 더 평화로운 겨울 도시가 있을까. 주민들과 가게 주인들, 사업가들은 서로의 이름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이들에게 겨울은 특히 더 가족같이 따사로운 계절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바로 옆에 있는 문화 컨벤션 센터, 카카엘(KKL: Culture and Convention Centre)로 들어가 보면 좋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것으로, 도시를 빛내는 건축물 중 하나다. 카카엘 안에 자리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나 음료를 즐기다가 밖을 내다보면 운치 있는 루체른의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카카엘을 나와 구시가지 쪽으로 향해 걷는다. 박공지붕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중세 다리, 카펠교는 루체른의 상징이 되었는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 달린 목조 다리 중 하나다. 원형 그대로 보존된 성곽, 무제크마우어를 따라 거닐며 눈 덮인 지붕으로 가득한 구시가지의 파노라마를 한가득 담아보아도 좋다.


루체른과 가장 가까운 알프스 하이킹 코스로는 필라투스와 슈토스가 있다. 필라투스에선 크리스마스카드에 등장하는 새하얗게 눈 덮인 전나무 숲을 실제로 걸어보는 스노우슈를 체험할 수 있다.

취리히 겨울 풍경
취리히 겨울 풍경

취리히 호반을 따라 걷는 코스
취리히 호반을 따라 걷는 코스

◇ 새하얀 베일을 쓴 교회 첨탑이 이어지는 '취리히'
취리히에 눈이 쌓이면 이 다채롭고 활기찬 도시 위로 정적이 내려앉는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거리를 거니는 취리히 시민들은 이 고요를 한껏 즐기는 표정이다. 새하얀 베일을 쓴 듯한 교회 첨탑들도 취리히 야경을 빛내 준다.

취리히 구시가지를 걷는 것만으로도 감성이 충만해진다. 취리히 중앙역 뒤쪽으로 나오면 좁다란 구시가지 거리, 니더도르프가 있다. 취리히 사람들이 '되르플리'라 부르는 '작은 마을'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목은 차량 진입이 금지돼 있어 더욱 한적하다. 작은 부티크 숍들과 고서점, 공예품 스튜디오가 모여있는 곳으로 낮에도 밤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니더도르프 끝에서 리마트 강변으로 나가면 반대편으로 프라우뮌스터의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취리히를 상징하는 첨탑으로 시간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가 취리히를 더욱 고풍스럽게 한다.


프라우뮌스터는 853년 동프랑크 왕국의 루트비히 2세가 딸을 위해 세운 수녀원으로, 종교 개혁을 거쳐 현재는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13세기경 재건된 고딕 양식 교회 내부에는 파이프 오르간과 아우구스트 자코메티, 마크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난다.

프라우뮌스터와 마주하고 있는 쌍둥이 첨탑의 그로스뮌스터는 취리히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로마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12세기 조각이 인상적이다. 내부에는 아우구스트 자코메티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탑에 오르면 멀리까지 펼쳐진 겨울 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

린덴호프도 취리히의 빼놓을 수 없는 전망대다. 취리히 구시가 중간 언덕 위에 자리한 광장으로, 리마트 강을 따라 이어지는 취리히의 구시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취리히호반을 따라 걸으며 현지사람들과 인사를 나눠봐도 좋다. 호반을 따라 펼쳐지는 지역에는 세계적인 부호들이 거주하는 호화로운 저택이 펼쳐진다. 잘 보존된 호반의 풍경이나 다채로운 레스토랑, 수수한 바, 최고의 와인셀러 등은 걷는 도중에 마주치는 보너스다.

취리히 리마트 강변도 좋은 겨울 산책 코스다. 취리히 시내를 가로지르는 리마트 강변을 따라 거닐어 취리히 호수까지 가는 길은 야경이 무척 근사하다. 어둠이 깔리며 하나둘 켜지는 조명을 바라보며, 야외 바에서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취리히 사람들과 어울려 볼 수도 있다.


베른 구시가지의 겨울 야경
베른 구시가지의 겨울 야경

◇ 독특한 매력의 구시가지를 만나는 '베른'
겨울밤이면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구시가지는 고요한 정적에 휩싸인다. 아레 강의 촉촉한 공기와 독특한 향기가 더해져 베른 구시가지 골목골목을 메운다. 베른 구시가지의 6km 아케이드를 따라 따뜻한 조명이 뻗어 나간다. 시계탑과 대성당의 조명이 밤 풍경을 위엄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베른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구역에는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 하나씩은 있는데, 걷다가 쉬어가며 여러 구역을 만나보는 재미가 있다.

먼저, 기차역 뒤쪽에 자리한 랭가쎄로 향한다. 다정한 골목에 자리한 카페 압펠골드에서는 진득한 초콜릿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로라이네 다리를 건너면 같은 이름의 구역이 나오는데, 자그마한 유기농 숍, 큐 라덴에서 향미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이제 베른 구시가지를 돌아나가는 아레강을 따라서는 낭만 산책을 즐긴다. 키르헨펠트 구역 근처에 있는 몽비쥬 다리로 방향을 잡는다. 가는 길에 그는 깨끗한 옥빛 아레 강물과 베른의 뒷동산, 구어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골목을 따라 내려가 가슈케셀 문화 센터를 지나 마르칠리 구역에 있는 아레 강둑에 다다른다. 레스토랑 마르처는 조용한 길에 자리해 국회의사당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레스토랑이다.

정겨운 식사 후에 마테 구역을 지나며 베른 구시가지의 낭만 야경을 담뿍 담아볼 수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해 베른 최고의 전망을 선사하는 장미 정원, 로젠가르텐도 놓칠 수 없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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