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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카페 가고… 사진 찍자!"
요즘 MZ세대들은 길거리 사진 부스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들은 이를 사진이 아닌 추억이라고 표현한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까? MZ세대들은 매 순간의 '나'를 기록하고자 한다.
사진 부스를 방문하는 연령층의 90%가 10~20대다. 이처럼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의 눈에 띄기 위해 서울 시내는 다양한 브랜드의 사진 부스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곳들이 바로 MZ세대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진 맛집이다.
머니S는 MZ세대의 문화를 직접 보고 듣기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핫플레이스를 찾았다.
사진을 향한 뜨거운 열기… 사람도, 아이템도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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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서울 종로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7개의 사진 부스를 직접 찾아가 봤다. 한 곳도 빠짐없이 기나긴 줄이 행렬을 이뤘다. 이 곳의 입구는 친구, 커플 등 젊은 세대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중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으러 온 자녀들도 있었다. 혼자 서있기 뻘줌할 정도였다.
사람들로 붐비는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니 원룸 정도 되는 크기의 매장 안에 2~4개의 사진 부스가 보였다. 사진 부스는 커튼으로 칸막이가 쳐져있는데 커튼 위에는 '핑크' '보라' '노랑' 등 배경색이 써있다. 머리띠, 선글라스, 모자 등 다양한 소품들도 자리하고 있다. 취향에 따라 소품들을 고를 수 있는데 소품이 너무 많아 결정장애가 올 뻔했다.
많은 곳 중에서도 눈에 띈 곳이 있었는데 '고데기'가 설치된 부스였다. 고데기가 비치돼 있으면 머리도 정리할 겸 이 부스로 오지 않을까 싶었다. 고데기가 선택이라면 필수인 것도 있었다. 바로 '벽'이다. 모든 부스들의 벽은 이용자들이 붙여 놓고 간 사진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 사진들이 내부를 더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인기 비결이 뭐길래?"… 리모컨 들고 직접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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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인쇄를 기준으로 기본은 4000원, 프레임 사진은 5000원. 1인당 2000~25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셀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조명도 설치돼 있으며 자기 톤에 맞는 배경색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자동 보정은 기본. 무엇보다 좋은 건 리모컨으로 직접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원하는 포즈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 화면에 비춰질 때 리모컨만 누르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내 품으로 온다.
총 4장의 사진이 인쇄되는데 8장의 사진이 찍힌다.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사진 배치까지 결정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남찍사'(남이 찍어준 사진)가 아닌 '셀카'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취향을 고른 듯 셀카 모드로 사진을 찍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 유행하던 '스티커 사진'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확연히 다르다. 사진에 글씨나 스티커로 꾸미는 기능이 없다. 오직 사진을 꾸며주는 건 사진 찍을 때 착장한 아이템들 뿐. 그런데 오히려 좋다. 무엇이든 '오리지널'이 가장 예쁘고 좋기 때문.
MZ세대가 사랑한 감성?...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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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들은 이를 '4000원의 행복'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왜 '행복'이라고 표현하며 사진에 열광하는 것일까.
인사동의 한 사진 부스를 찾은 A씨(여·22)는 "친구들이랑 만날 때마다 무조건 거치는 필수코스"라며 "다양한 소품들로 그날 기분에 따라 예쁘거나 웃기게 찍을 수 있어서 재미가 2배"라고 말했다. A씨의 옆에 있던 다른 친구(22)도 "추억을 기록하는데 4000원이면 행복"이라며 거들었다. 그는 "전에는 현금결제만 됐는데 인기가 많아지니 카드 결제 기능도 생겼다. 그래서 더 많이 찾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부스에 있다보니 신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포토앨범'. 교복을 입은 채로 사진을 찍고 나온 학생이 갓 찍은 사진을 포토앨범에 넣는 모습이 신기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자 B씨(여·17)는 "사진이 너무 많아서 보관하기 어려웠는데 요즘 인생네컷 전용 앨범이 나온다"며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어서 좋다. 집에서 자주 들여다본다"고 웃어보였다.
점점 늘어나는 점포에… "차별화된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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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뜨거워지면서 사진부스 업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매달 '디즈니' '귀멸의 칼날' '산리오' '스누피' '잔망루피' 등 MZ세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캐릭터들을 활용한 프레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브랜드와 가맹점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 스티커 사진처럼 한 순간에 '반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동에서 포토 부스를 운영하는 C씨(남·50대)는 "요즘 가맹점들이 너무 많아서 아이템으로 경쟁을 하려고 한다. 신박한 아이템 마련도 쉽지 않아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스티커 사진은 현재 전국에 몇 군데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쇠퇴했다. 일산에서 스티커 사진 부스를 운영하는 D씨(남·70대)는 "다행히 요즘 젊은이들이 스티커 사진을 찍으러 많이 온다"며 "(사진 찍으러)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남아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한다"고 설명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었던 걸 감안하면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스티커 사진'과 닮았지만 디테일이 다른 '사진부스 문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