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명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지하철 역명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이번역은 을지로입구, 하나은행역입니다"

앞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을지로입구역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 방송을 듣게 된다. 하나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고객도 을지로입구역에 하나은행 본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하철 역명을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진행한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역명병기 유상판매 입찰에 참여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하나은행은 오는 8월부터 약 60일간 을지로입구역사의 내·외부 등에서 역명병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0월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와 을지로입구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역사 내외부 역명판과 표지판 ▲열차 내외부 노선도 ▲안내방송 등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하나은행 역명을 안내받는다.

을지로입구역 1·2번 출구는 하나은행 본점과 연결됐다. 5번 출구에 인접한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내에는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에프앤아이 등 관계사들이 입주했다.


우리금융도 지하철 4호선 명동역 부역명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명동역은 이르면 9월1일부터 각종 안내표지와 차량 안내 방송 등에 명동역을 소개할 때 우리금융타운을 함께 사용한다.

우리금융은 명동역의 새로운 부역명 병기 시점에 맞춰 코로나19로 침체된 명동 상권 발전을 위해 소상공인들과 함께 협업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가 1962년부터 명동에 위치하며 인근 상권과 함께 성장했다"면서 "현재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명동역 인근에서 일하는 우리금융그룹 임직원 수가 300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억 단위' 계약금, '590만 이용객' 광고효과 믿고 계약

역명 유상병기는 지하철 역 인근 기관이나 단체에서 돈을 받고 역명을 함께 사용하도록 허용한다. 역명 옆에 괄호로 표기되는 이름이다.

이를 위해선 인지도가 높고 승객의 이용 편의에 기여하고 대상역에서 500m 이내 위치한 기관 또는 지명이라는 비교적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3년 기준 계약금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을 넘을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은행들은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최대 7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지하철 이용 승객 수는 590만명이다. 4월29일(721만명)에는 2020년 10월30일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송 규모인 7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을지로입구역은 하루 승하차 인원이 10만명에 달해 홍보효과가 가장 큰 곳"이라며 "지하철 안팎이나 지하철 플랫폼 역명표지, 역 구내 및 열차 내 노선도, 안내방송 등을 통해 승객에게 노출된다는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