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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진격의 K-방산… '세계 4대 수출국' 정조준
②K-9 자주포·천궁-Ⅱ… 세계 홀린 한국산 무기들
③진화하는 전쟁… 방산업계 첨단무기 개발 총력전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4일. 우크라이나군이 띄운 터키제 공격용 드론 '바이락타르 TB2'가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의 방공 체계에 혼선을 유도했다. 그 틈을 타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2발의 넵튠 지대함미사일이 모스크바함을 파괴했다. 러시아군은 아직까지 정확한 사상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폭격으로 모스크바함 탑승 해군 장병 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는 최첨단 드론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이후 '바이락타르 TB2' 드론은 우크라이나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현대전이 첨단기술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드론이 적진을 공격하고 로봇이 폭발물을 제거하며 무인 차량이 보급을 대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군은 육군부대를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하는 '아미 타이거 4.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드론·로봇·전투차량 등이 통합된 1개의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을 운용하고 2040년까지 모든 보병여단을 아미 타이거 4.0부대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방산업체들도 첨단 방산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미래 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장 누비는 드론·무인 탐지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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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따르면 글로벌 군사용 드론 시장은 2020년 107억달러(14조4400억원)에서 연평균 12.78% 성장해 2028년 262억달러(35조3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방산기업 중엔 LIG넥스원이 드론 기술 개발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LIG넥스원의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아수라'(ASURA)는 최대이륙중량 14㎏급 드론으로 경계 지역 감시정찰과 핵심표적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아수라는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탐지 장치에 레이저 거리지시기를 장착해 표적 좌표를 획득, 전파할 수 있다. 탄두를 탑재한 드론은 운용자의 최종 공격 명령에 따라 140㎞/h 이상의 속도로 쇄도해 반경 3m의 정확도로 표적을 타격한다. 적의 요새나 차량을 발견해 긴급 타격이 필요한 경우 탑재된 탄두를 활용한 자폭 공격도 가능하다.
다목적 무인헬기(MPUH)는 LIG넥스원이 지난해 개발을 마친 최대이륙 중량 200㎏급 헬기형 드론이다. 무인헬기여서 조종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중량 장비를 탑재하고 장시간 비행할 수 있다. 고성능 탐지 장치를 장착해 중거리 감시정찰을 수행하거나 적재함을 달고 화물을 운송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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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로봇도 미래 전장을 바꿀 키워드다. 폭발물 탐지와 제거 등 사람이 직접 하던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체해 정확성을 높이고 전력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 육군과 NGO(비정구기구)는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개 '스팟'(Spot)을 우크라이나에 지뢰 제거에 투입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6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현대차그룹 내 방산기업인 현대로템 기술력과 결합하면 앞으로 무인 로봇 분야에서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디펜스도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은 세계 최초 통합형 소형로봇으로 급조폭발물(IED) 탐지·제거, 지뢰탐지 기능을 모두 갖췄다. 지뢰탐지기·엑스레이 투시기·물포총·산탄총 등 여러 임무 장비를 조작팔에 탈·부착할 수 있다. 대테러작전 시 폭발물 탐지·제거와 정찰 임무 등을 맡고 비무장지대(DMZ) 등에선 지뢰탐지와 통로개척·확장 등의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탐지한 폭발물은 로봇에 장착된 케이블 절단기로 전선을 절단한 후 집게를 이용해 인양한다. 물포총이나 산탄총을 활용해 서류 가방 등에 설치된 급조폭발물을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내년 6월까지 로봇 체계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원격·자율 주행으로 임무 수행하는 무인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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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차량 개발 경쟁도 한창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지상무인차량 시장은 2021년 31억달러(4조1700억원)에서 2030년 56억달러(7조54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육군은 분대용 다목적 지원 차량과 로봇 전투차량, 수송 차량 등의 체계를 시험하고 있다. 호주는 수송 차량을 따라 주행하는 차량과 무인 전투차량을 개발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이미 무인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선 현대로템이 2020년 방위사업청에서 발주한 다목적 무인 차량 시범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 차량은 국내 최초의 군용 무인 차량으로 원격무장 장치를 탑재했다. 현대로템은 다목적 무인 차량 2대를 군에 납품해 올해 1월 일반전초(GOP), DMZ 등 야전에서 시범 운용을 마치고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다목적 무인 차량은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탑재하고 운용할 수 있는 2톤 이하의 원격·무인운용 차량이다. 병사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위험지역에 대한 수색·정찰·화력지원이 가능하다. 근접전투 현장에서 탄약과 전투물자를 보급하고 환자를 후송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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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디펜스는 지난해 인공지능 기반 다목적 무인 차량 개발에 성공했다. 다목적 무인 차량은 6륜구동 플랫폼의 무인화 체계 장비로 보병부대에 편성되는 2톤급 차량이다. 위험한 전장 환경에서 병사 대신 원격 또는 자율 운행하며 ▲감시·정찰 ▲통신 중계 ▲물자 수송 ▲부상병 이송 ▲근접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적재중량은 기존 4륜구동 모델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00㎏ 이상으로 고하중 전투물자 수송과 부상자 후송 등 전투 지원 능력을 개선했다. 1회 충전으로 100㎞ 이상 주행할 수 있으며 기존 항속거리보다 4배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한화디펜스가 자체 개발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를 장착해 총성을 감지하면 화기를 돌려 공격할 수 있는 AI 기능도 강점이다.
한국방위사업연구학회 고위 관계자는 "드론과 유·무인 체계,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세계 방위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의 투자는 아직 부족하다"며 "국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방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한국 방산기업들이 첨단 무기시장 지배력을 넓힐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