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독도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 정부가 28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독도 영유권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초등학생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거듭된 항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왜곡 교과서'를 통해 우리 국민 감정을 자극해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1982년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3·1운동을 '데모'와 '폭동'으로, 대한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을 '진출'로 수정토록 했던 것으로 드러나 외교문제로 비화된 적이 있다.


이에 당시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 검정 기준에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 관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란 내용의 이른바 '근린 제국 조항 '을 도입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갈등 봉합에 나섰다.

일본 내 보수 우익들의 불만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근린 제국 조항'은 한동안 지켜져 왔지만, 2000년 9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가 일제 침략을 미화한 황국사관 중심의 교과서를 만들어 검정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본의 왜곡 교과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해당 교과서는 이듬해 4월 일본 문부성에서는 검정을 통과했다.

이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최상용 주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초강수'를 두면서 일본 측에 항의하고 35개 항목의 시정 요구사항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는 2001년 7월 이를 최종 거부했다.


일본 문부성은 2005년 4월엔 후소사(扶桑社) 출판사의 왜곡 교과서 검정을 승인했고, 2008년 7월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한일 간에 독도에 관한 주장에 차이가 있는 점을 다뤼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독도는 일본 땅'이란 억지주장을 교과서에 넣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때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권철현 주일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조치를 취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일본 초중고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 등 역사수정주의 시각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2010년대 들어서다.

ⓒ AFP=뉴스1
ⓒ AFP=뉴스1

특히 일본 정부는 2014년 각의(국무회의) 결정으로 '근현대사와 관련해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교과서 검정기준을 개정하며 '근린 제국 조항'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했다.

그리고 2021년엔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 대신 '위안부' 표현이, 일제의 조선인 강제노역은 "'강제연행' '연행'이 아니라 '징용'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각의 결정이 이뤄졌다.

그 결과,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희석하는 표현이 담긴 교과서가 작년과 올해 일본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교과서 문제로 거듭 항의하더라도 각의 결정을 뒤엎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은 "일본의 각의 결정은 국회 답변의 근거 자료가 된다"며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란 일본 측 주장 역시 각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날 일본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3~6학년용 사회과 및 지도 교과서는 기존의 조선인 '징병' 관련 기술을 강제성이 없는 '지원' 등의 표현으로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또 독도와 관련해선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고유영토'란 내용이 모든 교과서에 실렸고, 일부 교과서는 독도 지도 주변에 일본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표시해놓기도 했다. 이들 교과서는 2024년부터 사용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에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며,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일본대사관 대리대사(총괄공사)를 초치해 직접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