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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승부조작범 등 축구인 100명 사면을 전격 철회했다. 2023.3.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서울=뉴스1) 김도용 안영준 기자 = 대한축구협회(KFA)가 미흡한 행정과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인 판단으로 또 하나의 촌극을 빚었다.
KFA는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했던 징계 사면 건을 전면 철회했다.
앞서 KFA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 축구인 100명을 사면 조치했다.
KFA는 비난이 일자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면 의결에 대한 해명까지 내놓았지만 그럼에도 역풍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KFA는 이날 같은 안건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재심의했고 최종적으로 기존 이사회 결정을 번복, 100명 모두 사면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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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한축구협회 임시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 한 축구팬이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한 것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하고 있다. 2023.3.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KFA는 두 번의 이사회를 통해 '수준 이하' 행정력을 보여줬다.
첫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팬과 축구인들의 반발을 샀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KFA는 긴급하게 임시 이사회를 열었고, 불과 사흘 만에 스스로 내린 결정을 뒤집었다.
이전까지 납득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던 KFA로선 스스로 앞선 결정이 '자책골'이었음을 인정하는 꼴이자, 미흡한 행정력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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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승부조작범 등 축구인 100명 사면을 전격 철회했다. 2023.3.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심지어 이날 이사회는 약 40분 만에 종료됐다. 아울러 사면 철회가 발표된 뒤 5분 만에 정몽규 KFA 회장이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 이사회가 형식적이었을 뿐 여론을 의식해 이미 결론을 내린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렀다. 또한 정 회장은 현장을 찾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도 하지 않았다.
KFA가 벌인 촌극에 팬심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다. 이사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축구회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서주훈씨(29)는 사면 철회 결과를 듣고 난 뒤에도 "기쁜 일은 아니다. (사면하지 않는) 이 결정이 지극히 당연한 사회"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100명의 명단 공개도 되지 않았다. 이번 일의 주동자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불통하고 있으니 팬들은 여전히 답답할 뿐"이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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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임시 이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3.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