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발달지연에 대해 과잉진료로 실손보험금을 취득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아동 발달지연에 대해 과잉진료로 실손보험금을 취득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 지난 202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아이 걸음걸이를 고치기 위해 발달지연센터를 1년째 다니고 있는 주부 A씨(35)는 최근 발달지연센터 의사에게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 지난 3월까지 "아이가 아주 잘 걷는다"고 칭찬하던 의사가 4월 말 갑자기 "발달지연이 의심되니 1년 더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평소 지인들을 통해 발달지연센터 의사들의 과잉진료에 대해 익히 들었던 A씨. 담당의사의 과잉진료가 의심됐지만 만에 하나 아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장애를 우려해 치료를 1년 연장했다.

무면허 아동발달치료와 관련한 보험금 과잉청구 사례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50개 의료기관이 무면허 아동발달지연치료 명목으로 청구한 실손보험금은 16억800여만 원이었다. 이들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는 형태로 실손보험금을 취득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개 손해보험사가 무면허 아동발달치료에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12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50개 의료기관을 포함해 중소 의료기관이 청구한 수치다. 일부 손해보험사 보험사 경우 지난해 무면허 아동발달치료에 들어간 실손보험금이 지난 2018년보다 8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무면허 발달지연치료는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미술·음악치료사가 진행하는 치료다. 이는 의료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발달지연 치료기관에서는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인지·미술·놀이·특수체육·감각통합 등 치료를 진행한다.

이 중 인지와 미술, 놀이, 특수체육은 국가자격증이 없어 대학원을 마치고 학회 등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센터에 취업해 치료사로 근무한다. 통상적으로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놀이·미술치료는 1회당 7만~1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면허 아동발달치료와 관련한 보험사들의 단속이 강화되자 병원은 이를 피하기 위해 'R62'라는 진단코드를 쓰고 있다. R코드는 원인질환이 확인되기 전까지 부여하는 임시 코드다. 실손보험금을 받으려고 사실상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는 것이다. 손해보험사들은 가입자들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의료 자문서를 제출하는 형태로 허위 진단서에 대응하는 중이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면허 발달치료기관 설립을 유도하는 브로커들의 활동도 문제다. 이들은 병원장 등과 협의해 실손보험금을 확보한 뒤 일정한 비율로 나눠서 갖는 것이다. 일부 브로커 경우 40여개의 무면허 발달치료기관과 제휴해 운영하는 중이다. 이들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만 지난해 10여억원인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중순부터 손해보험사들은 발달지연 아동에 지급하는 실손보험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엔 한 대형 손해보험사가 총 15곳의 아동 발달지연 치료 의료기관에 대해 소송을 진행했다. 보험사들은 해당 의료기관이 민간자격증 소지자가 언어치료·놀이치료·미술치료·감각통합치료 등을 아동에게 진행한 후 의료인에게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서류를 제출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면허 아동발달지연 치료에 들어가는 보험금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아동이라는 프레임으로 보험사들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