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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16위의 코스피 건설업체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시공능력 상위 업체의 워크아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사건으로 업계 전반에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내놓은 자구안은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다. 태영건설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직접 채권단 설명회에 참석한 90대 노장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눈물을 보이며 호소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설명회에는 채권자 700여명이 참석했고 윤 회장은 경영 현황과 워크아웃 자구안을 설명했다. 윤 회장은 워크아웃 자구안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3% 담보 제공 등을 내놨다.
윤 회장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며 "저를 비롯한 경영진의 실책이다. 간곡히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해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 달라"면서 계약자와 하도급업체 등의 피해를 암시했다. 윤 회장은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까 봐 너무나 두렵다"면서 "협력업체와 투자해주신 기관, 채권단, 나라와 국민에게 큰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기대한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등은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아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해당 내용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윤 회장은 "의견을 밝히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놔 채권단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태영건설의 PF 규모가 9조원으로 밝혀진 데 대해 윤 회장은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고 반박했다. 태영그룹은 채권단에 태영건설의 보증채무가 총 9조5044억원이고 이 중 우발채무가 2조5259억, 무위험 보증이 6조9785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태영건설이 채권단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내 살려달란 눈물은 와 닿지 않는다. 실질적이고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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