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서울 소재 전기차 충전소. /사진=뉴스1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서울 소재 전기차 충전소.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판도 바꿀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 어느 기업이 앞서나
②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앞당긴다지만… 해결할 문제 '산더미'
③"대기업 못지않다"… 주목해야 할 전고체 배터리 알짜 기업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만만찮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시장이 크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전고체 배터리, 낮은 '이온 전도도' 극복해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2028년 안팎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존에 업계가 예상했던 상용화 시기(2030년)보다 2년 정도 빠르다. 업체들은 국내외 유수 대학교 및 기관들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협력을 추진하며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적인 시험생산(파일럿) 라인 구축 등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설비투자도 진행한다.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조기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는 여전하다.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여기서 이온의 이동 속도를 나타내는 것이 '이온 전도도'인데 전고체 배터리(고체 전해질)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리튬이온배터리(액체 전해질)보다 이온 전도도가 낮다. 고체를 뚫고 가는 것보다 액체를 가르며 이동하는 게 더 수월한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온 전도도는 배터리 성능과 직결된다. 이온 전도도가 빠를수록 배터리 출력이 커지고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이온 전도도 개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국내외 주요 업체 중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곳이 없는 배경이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가장 앞서있는 일본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2022년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기술 개발 한계 등의 영향으로 시기를 2027년으로 미뤘다.

이온 전도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이기 위해서는 최적의 고체 전해질 종류를 찾아야 한다. 주요 업체들은 고분자계·황화물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해질 조합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만들 수 있으나 기존 전기차보다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온 전도도 문제를 해결해야 고성능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배터리 대세인데… 가격경쟁력 확보 '미지수'

리튬이온배터리(LIB)와 전고체전지(ASSB)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전망. /그래픽=SNE리서치
리튬이온배터리(LIB)와 전고체전지(ASSB)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전망. /그래픽=SNE리서치

가격경쟁력도 중요하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영역에 진입하면서 원가절감을 위해 저렴한 배터리를 찾는 완성차업체들이 늘고 있다. 최근까지는 신기술을 먼저 경험하고자 하는 얼리어답터 덕분에 전기차 가격이 높아도 판매가 늘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떨어져야 구매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구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저렴한 배터리가 필요하다. 배터리값이 전기차 가격의 4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제품값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전고체 배터리 주요 소재가 고가 금속인 것도 걸림돌이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주요 원료인 황화리튬(LiS2)은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액보다 150~200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가 출시돼도 한동안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에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관련 시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30년 131기가와트시(GWh)를 기록, 전체의 4%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같은 기간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943GWh(95%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SNE리서치는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이 돼야 전기차 실증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시장 침투율이 낮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주요 업체들이 목표로 세운 2028년 전후 상용화가 실현될지 미지수"라며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 때문에 쉽게 구매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론적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