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0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12차 아파트. 12차단지 맞은편에는 지난해 6월 준공된 '신반포르엘'이 있다. 신반포르엘은 신반포13차를 재건축한 곳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1월30일 방문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12차 아파트. 12차단지 맞은편에는 지난해 6월 준공된 '신반포르엘'이 있다. 신반포르엘은 신반포13차를 재건축한 곳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도 찬바람이 불지만 알짜 사업지에서만은 건설업체들의 수주 열기가 뜨거운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 재건축 조합은 다음달 안으로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6월 시공사 선정에 착수한다.

신반포12차는 1982년 서초구 잠원동에 지어져 준공 40년이 지났다. 324가구 총 3동으로 대단지는 아니지만 입지가 좋다 보니 재건축 사업성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다.


지하철 신분당선과 3호선 환승역인 신사역·3호선 잠원역이 가깝고 경부고속도로와 올림픽대로 등 교통 인프라가 갖춰졌다. 신반포12차는 지하 3층~지상 35층 공동주택 총 432가구(분양 387가구·공공 45가구)와 부대복리시설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신반포아파트는 서초구 잠원동과 반포동 일대에 위치한 1~28차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1977년 신반포1차 입주를 시작으로 총 1만1922가구가 완공됐다. 한강 일대에 있어 지리적 이점이 돋보이는 곳이다.

현장설명회 전부터 건설업체들의 관심이 뜨겁다. 롯데건설은 신반포12차 재건축 사업에 대한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롯데건설은 신반포12차 조합에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르엘'(LE-EL)을 적용하고 글로벌 건축 디자인 기업 'JERDE'와 협업한다고 밝혔다.


최근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해 건설업체들이 현장설명회에만 참석하고 정작 입찰에는 나서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롯데건설 직원들은 존 폴린(John Pauline) JERDE 수석디자이너가 신반포12차 현장에 직접 방문했다. 존 폴린 부사장은 최적의 설계안 도출을 위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조합장과 직접 면담했다.
신반포12차 아파트 모습. 출입구에 차단기가 있는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신반포12차 아파트 모습. 출입구에 차단기가 있는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잠원동 일대 한신타운→롯데타운 바뀔까

신반포12차 단지 맞은편에 지난해 6월 준공된 '신반포르엘'은 신반포13차를 재건축한 곳이다. 지상 12층 3개동 총 180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35층 330가구 규모로 재탄생했다. 신반포12차에서 도보 10분 거리에는 '잠원 롯데캐슬'이 있다.

잠원동 일대는 삼성물산 브랜드 래미안과 더불어 롯데건설의 시공 단지들이 대거 몰려있다. 잠원동과 반포동 일대는 한신공영이 신반포1차부터 한신타워아파트(신반포28차)까지 아파트를 공급하며 신반포 한신타운을 조성했다. 현재는 롯데건설이 재건축 사업을 통해 롯데타운을 조성하는 분위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신반포12차가 롯데건설 본사, 신반포 르엘과 트라이앵글 타운을 이뤄 전략 사업지로 보고 있다"며 "회사의 역량을 투입해 최고의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 잠원동 최고 랜드마크 단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신반포12차 조합원들과 2017년부터 접촉했다. 롯데건설 외에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도 신반포12차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1월30일 방문한 신반포2차 단지 외벽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걸어놓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관심 있는 사업지의 하나로 현장설명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도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고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탁사업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재건축 단지가 많아진 가운데 신반포12차 조합은 수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것이고 가격과 공사비 책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35층으로 건축심의가 통과됐지만 49층으로 높이기 위해 준비 중으로 잠원동 랜드마크 단지를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좌)과 롯데건설(우)이 걸어놓은 현수막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대우건설(좌)과 롯데건설(우)이 걸어놓은 현수막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우여곡절 많아… 한신공영과 지분권 소송

신반포12차는 2017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상가 소유자에게 개별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 조합원들과 상가 소유주들은 장기간 소송전을 벌였다. 법원의 최종 판단으로 조합설립이 취소됐고 이후 지난해 4월 다시 인가받아 사업이 재개됐다.

한신공영과의 소송도 5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신반포12차 단지 내 한신공영이 보유한 495㎡ 토지 때문이다.

조합에 따르면 아파트를 지은 당시 입주민들에게 배분돼야 하는 토지 지분권을 한신공영이 소유하게 되면서 해당 지분을 되찾기 위해 조합은 한신공영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은 최근 2심에서 한신공영 손을 들어줘 조합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