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게임 등급 분류 권한을 민간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여누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게임 등급 분류 권한을 민간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여누



▶글 쓰는 순서
①게임물 심의 민간에 넘기겠다는 게임위... 넘어야 할 산은
②'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 게임사 반응은
③해외 게임사 먹튀 잡아낸다지만 실효성 있을까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게임 등급 분류 권한을 민간에 순차적으로 이양할 방침이다. 그동안 심사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만큼 민간 기구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 기구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의 인력이 부족하고 게임위와 밀접한 관계인 터라 과거의 잘못이 답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쌓기 위한 방안이지만 쇄신 작업이 지지부진해 추진 동력이 약하다.

게임물 등급 분류 '민간 이양' 밝힌 게임위, 신뢰 회복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경기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 열린 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경기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를 주제로 열린 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 1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제7차 민생 토론회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에서 게임물 등급분류를 단계적으로 민간에 넘겨 사후 관리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게임법(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위가 국내 유통 게임물 심의를 도맡고 있다.

게임위는 2022년부터 등급분류를 민간에 이양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그해 10월 넥슨 '블루 아카이브' 등급이 기존 15세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상향 조정되자 판단 근거가 무엇이냐는 게이머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위원회 위원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까지도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올라온 미심의 성인용 게임은 차단 조치를 내리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장터에서 유통되던 대마 재배·유통 게임은 방치해 사후관리 역량을 의심받았다. 여기에 가처분 소송 중인 논란의 게임 '다크앤다커' 등급 분류는 승인해 논란을 키웠다.

해외에선 민간 기구들이 게임물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미국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SRB)나 일본 컴퓨터 오락 등급 기구(CERO), 범유럽 게임 정보(PEGI)는 모두 민간 기관이다.

사전 심의 역할은 민간 기구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로 넘어가는데 GCRB가 게이머들의 염원인 전문성·자율성을 담보할지는 미지수다. GCRB는 2014년 설립된 기구지만 게임위와 밀접한 관계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취임 전 GCRB 위원장을 오랜 기간 역임했다. 사행성 게임을 심의할 권한은 여전히 게임위가 갖고 심의된 게임에 대한 사후 관리도 그대로인 만큼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관 사정도 열악해 조직 개편과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역시 의문부호가 달린다. 현재 위원장 포함 위원들은 총 7명인데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을 역임한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를 제외하면 게임산업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쇄신 의지 미약한 게임위... 민간 이양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게임물관리위원회 전경. /사진=뉴스1
게임물관리위원회 전경. /사진=뉴스1

게임위는 당초 약속했던 쇄신 작업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 민간 이양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진다.

지난해 게임위의 7억원 규모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위 의혹이 감사원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서 비위에 연루된 전임 사무국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고 최근 임기가 끝나 게임위를 관뒀다. 들끓는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감사원 처분과 별도로 게임위 본부장 전원이 사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위는 물러났던 본부장 중 한 명인 김진석 전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난 2월1일자로 복귀시켰다. 게임위는 해당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마땅치 않아 피치 못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지만 게이머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위의 상위 기관인 문체부는 민간 이양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까지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가 앞서 천명한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자율심의로 거듭나기 위해선 논의 과정에서부터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위의 민간 이양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여건상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라면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착실하게 준비해 이번에야말로 게임업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