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특별사면·복권 혜택을 받은 경제인들이 주목된다. /사진=뉴스1, 이미지투데이
정부의 특별사면·복권 혜택을 받은 경제인들이 주목된다. /사진=뉴스1, 이미지투데이



▶글 쓰는 순서
①말 많았던 기업인 사면… 사회 공헌 '보답' 제대로
②사법 족쇄 푼 기업인… 이재용·신동빈, 경제회복 주도
③"그냥 둬야 했어"… 사법리스크 지속 '태광' 이호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로부터 특별사면 및 복권을 받았으나 사회 기여가 부족한 경제인들이 주목된다. 사법 족쇄를 풀어 국가 경제회복에 이바지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맞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특사 이후에도 사법 리스크 지속

정부는 지난해 8월 이호진 전 회장 등 12명의 재계 인사를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형기가 만료됐으나 취업제한 규정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영인들의 활동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회삿돈 421억원을 횡령하고 9억원가량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2018년에는 병보석 중 거주지와 병원을 이탈해 음주·흡연하는 모습이 공개돼 '황제보석'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서울 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형기를 모두 마쳤다.

사법 족쇄가 풀린 뒤에도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경찰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수십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태광CC를 통해 계열사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혐의로 이 전 회장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의 태광산업 계열사, 태광 골프연습장, 티시스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해 12월에는 태광산업 사무실과 회사 임원 자택 2곳을 대상으로 세 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전 회장의 계좌도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지난달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 전 회장과 성회용 태광산업 대표이사 등을 강요·협박·개인정보보호법위반·근로기준법위반·상호저축은행법위반·업무방해·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민대책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덮고자 성 대표이사를 사주 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상적 감사 시스템을 무시한 채 무고한 임원들을 해임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사실을 밝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달라"고 했다.

동국홀딩스, 총수일가 이익 확대만 몰두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은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와 회삿돈으로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18년 4월 가석방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으로 경영 복귀를 할 수 없었으나 2022년 8월 특별사면이 이뤄지면서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현재 장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동국제강은 장 회장 사면 이후 인적분할에 나섰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장 회장의 영향력 확대를 고려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인적분할 이후 주식 교환 등의 작업을 거치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인적분할한 뒤 대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고 지주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대주주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재계 예상대로 동국홀딩스는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동국제강, 동국씨엠의 주식을 동국홀딩스에 넘기면 동국홀딩스가 그 대가로 자사의 신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장 회장 지분은 기존 13.52%(동국제강)에서 인적분할 후 32.54%(동국홀딩스)까지 늘었다.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장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장 회장은 지난해 5월 동국제강 인적분할 주주총회에서 동국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8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다. 사업회사인 동국제강·동국씨엠에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로써 장 회장은 사업회사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상 책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거 발생한 중대재해사고에서도 장 회장 일가는 이런 방식으로 책임에서 벗어났다. 2022년 3월 동국제강 협력사의 한 직원이 크레인 정비 중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고용당국은 동국제강 사장, 포항공장장, 하청업체 대표 등을 입건했다. 동국제강 최고경영자(CEO)였던 장세욱 부회장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유가족은 실질적 경영 책임자인 장 부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사면, 복권에 나섰으나 일부 인사들은 이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경제 활력 회복, 투자 활성화라는 사면의 본래 취지에 맞는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