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여러 차례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검찰에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을 나서는 허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여러 차례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검찰에 체포됐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정을 나서는 허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검찰에 체포됐다. 소환조사에 여러 차례 불응하면서 검찰이 허 회장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했다. 머니S는 국내 최대 제빵기업의 수장이자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등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을 3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임삼빈 부장검사)는 지난 2일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검찰은 허 회장이 입원해 있던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영장을 집행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검찰로부터 지난달 18·19·21일 등 세 차례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같은 달 25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지만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하며 출석 1시간 만에 귀가했다. 전날 조사 역시 허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채용 등을 담당하는 업체다.


끊이지 않는 노동 문제


2022년 10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계열사 관계자들이 SPL에서 발생한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2년 10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계열사 관계자들이 SPL에서 발생한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 회장은 2022년부터 지속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2022년 10월 SPC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무자 A씨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허 회장은 이틀이 지난 지난 17일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날 간담회에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또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SPC그룹이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았다.

이어 SPC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앞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황재복 SPC 대표 등 PB파트너즈 임직원 28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들은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을 차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PB파트너즈 본사 및 임원 정모씨의 주거지, SPC 그룹 본사, 허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SPC가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해당 노조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런 부당노동행위의 정점에 허 회장이 있다고 봤다. 먼저 구속기소한 황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허 회장의 조사 내용과 그동안의 정황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이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SPC의 국내외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PC 측은 허 회장의 체포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