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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도 이렇게까지 기다려본 적 없어요."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 역삼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역삼1동 주민센터는 오피스 빌딩이 많은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관계로 점심시간을 활용해 투표하러 온 직장인이 많았다. 사원증을 목에 건 채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여러명이 함께 온 직장인이 주를 이뤘다. 그 속에는 헤드폰을 낀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대학생과 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투표소로 들어가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비교적 한산한 관내 선거인 대기줄과 달리 관외 선거인 대기줄에는 100여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줄이 없는 걸 보고 들어가려다 "이쪽에 주소지 없으시면 저 뒤로 가서 줄 서세요. 지금 줄 서시면 40분 정도 기다려야 해요"라는 선거안내원의 말을 듣고 되돌아간 유권자도 많았다.
점심시간 활용해 사전투표… 직장인 유권자로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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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인 오후 1시. 유권자들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과 줄이 섞여 혼란을 겪기도 했다. 역삼1동주민센터 옆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에서는 주문 후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선 유권자가 뒤섞여 선거안내원이 시시때때로 찾아와 줄을 정리해야 할 정도였다.
회사가 근처에 있어 점심시간에 투표하러 나왔다는 김모씨(30대·여)는 "생각보다 줄이 안 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에 서 계신 분이 '매장 앞쪽은 비워두고 뒤로 더 줄이 있다. 그 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뒤를 봤더니 100명은 넘게 서 있는 것 같았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소를 찾은 조모씨(20대·여)는 "점심시간이 오후 2시까지인데 그 전에 투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기다려보겠다"며 "투표 때문에 10분 정도 늦는 건 차장님도 봐주실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조씨와 함께 기다리던 직장동료 김모씨(20대·여)는 "맛집도 이렇게 기다려본 적 없다"며 "10일에는 온전히 집에서 휴식하고 싶어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공강이라서" "산책하러"… 여러 이유로 사전투표소 찾은 유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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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까지만 해도 다소 흐렸던 하늘이 개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유권자들은 한 손에 외투를 든 채 도롯가에 핀 벚꽃나무 사진을 찍으며 투표소로 들어갈 차례를 기다렸다.
길게 늘어선 줄로 가는 길에 잠시 멈춰 벚꽃나무 사진을 찍던 문모씨(50대·남)는 "거주지는 신촌인데 직장이 여기여서 점심시간에 투표하러 왔다"고 밝혔다. 이어 "10일에 특별한 일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그때 무슨 일이 생겨 투표를 못할까 봐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투표를 마친 후 서로 투표 인증샷을 찍어주던 직장 동료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회사가 코앞에 있다는 김모씨(20대·여)는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하고 싶어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의 직장동료 왕모씨(30대·남)는 "회사에서 다들 점심 때 하고 오는 분위기여서 나도 따라왔다"며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나이대도 영향력이 있는 걸 보여주기 위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강아지를 안고 투표하러 온 대학생 손모씨(20대·여)는 "오늘 공강이고 날이 좋아서 강아지 산책을 시킬 겸 나왔다"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더 많이 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강남에 왔다는 김모씨(20대·여)는 "여기 근처에 쌀국수 맛집이 있어서 왔는데 마침 투표소가 바로 옆에 있길래 줄 섰다"며 "사전투표는 여기 주민이 아니어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세 번이나 접어서 넣었다"… 너무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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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약 1시간가량 줄을 선 후에야 사전투표를 마쳤다.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냐는 물음에 투표안내원은 "투표용지가 길어서 뽑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일이 주말이다 보니 직장인들이 점심 먹으러 나온 김에 투표를 많이 한다"며 "그래도 역삼1동주민센터는 안에 기표소가 많아 금방 줄이 줄어드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 때도 역삼1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는 직장인 이모씨(40대·남)는 "그때는 이 정도로 줄이 길지 않았다"며 "아침에 투표율이 높다는 기사를 읽긴 했는데 이번 선거 열기가 생각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엄청나게 길어서 세 번이나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며 "고심해서 지역구를 위해 성실히 일할 후보에게 투표했다. 투표 열기가 뜨거운 만큼 더 많은 분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투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업무를 보러 강남에 들렀다는 조모씨(30대·여)는 "수원에서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왔다"며 "총선 당일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하려고 왔는데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안에는 얼마나 줄이 길지 모르겠다. 지금 기다린 게 아까워서라도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고 덧붙였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는 5~6일 이틀간 진행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18세 이상(2006년 4월 11일 출생자 포함)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를 하려면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을 꼭 지참해야 한다. 화면 캡처 등을 통해 저장한 이미지 파일은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