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필리핀 사무소 개소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지난 30년 간 무상원조 사업성과를 조명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페닌슐라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는 현지 정부 및 공공기관, 국제기구 관계자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코이카는 1991년 필리핀 정부 공무원을 국내 초청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과 연을 맺었다. 1994년 12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와 기술협력 프로그램을 필리핀에서 시행하고 관리하기 위해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를 정식 개소했다.
필리핀 연간 지원액은 1991년 50만달러에서 올해 3350만 달러로 30년 간 67배 증가했다. 누적 지원액은 4억달러에 달한다. 올해 기준 필리핀은 코이카의 전 세계 ODA 지원국 중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지원 예산 규모가 큰 국가이다.
최근 코이카는 농림수산·보건·교육 등 전통적인 지원 분야를 넘어 필리핀 정부 수요와 한국의 강점을 접목해 디지털 분야의 핵심 성장동력 확충과 기후변화·식량 위기에 대한 대응 및 회복력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지역개발(10개), 도시회복력 강화(7개), 보건의료(3개), 공공행정(2개), 교육 등 기타(2개) 등 분야에서 총 24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필리핀 내에서 한국의 무상원조 지원 순위는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다. 2022년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필리핀에 대한 무상원조 지원 순위에서 한국은 총 30개국 중 미국, 일본, 호주에 이어 4위다.
30년 이상 필리핀에서 쌓아올린 무상원조사업 성과에 힘입어 코이카는 올해 선진 공여국 미국, 일본의 ODA 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필리핀에서 3자 공동 개발협력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3개 기관은 지난달 27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필리핀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의 보편적 의료보장을 위한 보건 분야 협력 약정(MOC)을 체결했다.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중심 이슬람 반군 조직이 필리핀 정부와의 오랜 내전 끝에 2014년 포괄적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2019년 수립한 자치정부 지역이다. 아직도 무력 분쟁이 자주 발생하며 빈곤과 기후재난 등으로 인해 보건의료 주요 지표가 필리핀 내에서도 가장 취약하다.
이번 약정은 한미일 3국이 2023년 8월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통해 3자 협력을 비롯한 개발 정책에서 공조하기로 약속한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3개 기관은 ▲보건의료 체계 강화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 ▲행동 및 인식 변화 ▲개발협력 효율성 제고를 통해 보편적 의료보장 달성을 지원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동 사업을 통해 중복 지원을 방지할 뿐 아니라 재원 투합을 통한 규모 확대로 레버리지 효과를 거양하는 동시에 각 기관의 특장점을 살린 차별화 요소를 포함해 시너지 및 상호 배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필리핀에서 '국가 평화 의식의 달'인 9월에 공동협력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의 평화와 복지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3국의 의지를 보여줬다.
이번 약정 체결로 코이카는 해당 지역의 건강보험 청구 및 환급 체계 개선을 지원하고 기초 모성보건 시설(분만센터 등) 설립 및 의료 인력(조산사 등)의 역량을 강화한다. 주민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질병관리 감시 및 대응 체계를 개선하고, 필리핀 보건부로부터 인증 받은 역학조사관(FETP)도 양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