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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14일 오후 3시21분쯤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되지 않자 자택에 방문한 매니저는 성남시 수정구 소재 전원주택 2층에서 설리를 확인한 뒤 신고했다. 설리의 심경이 담긴 자필 메모도 함께 발견됐지만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설리는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해 2009년 그룹 에프엑스 멤버로 합류했다. 뽀얗고 맑은 피부와 붉은 입술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인간 복숭아'라는 별명을 얻었던 설리다. 다수의 히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1년 동안의 휴식기를 가진 후 팀에서 탈퇴한 설리는 배우로 전향해 연기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설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일명 노브라인 모습을 촬영해 올리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설리는 JTBC2 '악플의 밤'에서 "개인의 자유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브라 자체가 와이어가 있어서 소화기관에도 좋지 않은데 저는 불편해서 착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설리는 복통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았다가 임신설 루머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도중에는 "여러분 뭐하고 계시냐"고 질문했다가 노출을 요구하는 이들의 성희롱 악플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그는 이날 이어지는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설리가 숨지고 난 뒤 일명 '설리법'으로도 불리는 '악플 방지법' 도입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본회의 상정조차 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설리의 유작 '진리에게'가 대중에 공개됐다. '진리에게'는 당시 설리가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영화에서 설리는 "연예인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제가 연예인 일을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너는 상품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최상의 상품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스트레스와 압박을 어떻게 견뎠냐'는 질문에는 "계속 제 탓을 했다. 제가 저를 통제할 수 있을 땐 제게 아픔을 줄 때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설리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났다. 설리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악플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수차례 밝혔고 이로 인해 활동을 중단한 만큼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악플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적대응 뿐이다. 하지만 악플을 신고한 당사자가 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직접 가야 하는 과정들은 또 다른 상처다. 연예 기사의 댓글창은 사라졌지만 이들은 SNS로 옮겨갔고 악플이 범죄라는 인식은 아직까지도 한참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