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과 애경산업의 인수합병(M&A)이 2080치약 리콜 사태로 변곡점을 맞았다. 태광산업이 중장기적 피해를 이유로 재협상을 검토하는 가운데 재무 안정화가 시급한 AK홀딩스도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이번 애경산업의 2080치약 리콜 사태를 이유로 M&A 잔금 규모와 인수 조건 재협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애경산업이 의도적으로 회수 보고서 제출을 지연했다고 보고 행정처분과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12월 19일 트리클로산 검출 사실을 인지했고, 24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정청에 보고했다. 현행법상 문제 사실 인지 후 5일 안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달 5일에야 회수 계획서를 제출했다.
행정처분이나 수사가 진행될 경우 태광산업은 인수 직후 법적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 집단소송 가능성과 브랜드 신뢰도 저하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의 영향도 거론된다. 태광산업도 중장기 실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기업 경영 측면에선 인수 철회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태광산업이 B2C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애경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올해 1월 설립한 코스메틱 전문법인 SIL과 애경산업의 시너지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라 인수 철회보다는 인수 자금 조율 가능성이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의 제재가 문제"라며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인수를 철회하기보다 이번 사태를 가격 조정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인수 조건 재협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경산업 최대주주 AK홀딩스는 인수 협상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주요 조건으로 제시했고, 태광산업도 이를 반영해 최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책임을 묻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경산업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고자 3년간 사명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던 합의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AK홀딩스도 태광산업의 잔금과 인수 조건 조율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의 실적이 침체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90.6%까지 치솟았다. 모태 사업인 애경산업을 매각할 정도로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인수가 철회될 시 재무 안정화는 물론 향후 계획까지 틀어진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최종 계약은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딜 클로징까지 텀이 있어 전담팀에서 M&A 마무리를 진행 중이다"라며 "비밀리에 진행되는 만큼 우리도 기사로만 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PE)·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인수비용 4700억원의 10%가량을 납입한 상황이다. 내달 19일까지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다.
김태정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계약서에 따라 다르지만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에 해당하는지가 재협상 여부를 가를 것"이라며 "최종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지만 딜 클로징 전에 발생한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피해가 크고 예상 가능하면 조건 변경부터 인수 철회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