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창의 음악노트] 캐롤 속 문화 살펴보기
음악에는 나라와 민족, 또는 특정 지역의 문화가 담겨 있고, 전통 음악이든 대중음악이든 그 문화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음악 형태에는 특정 장르가 있다. 음악 전문가로서 필자가 항상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인데, 물론 민요야말로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특정 지역이나 문화권의 자장가가 있겠고, 좀 더 넓게 보면 각 나라들의 국가도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캐롤도 특정 지역이나 민족, 그리고 문화권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예시일 수 있다. 11월 30일과는 달리 12월 1일을 맞이하면 우리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살짝 들뜨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각자의 신앙과도 관계없다. 이번 이야기는 캐롤에 관한 두세 가지 것들이다. 캐롤은 기독교에서 가장 큰 행사 가운데 하나인 성탄절에 부르는 성가로 알고 있지만, 원래는 성탄절을 포함해 부활절 등 기독교 행사와 기념일 때 부르는 성가 모두를 통칭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중세 이후 캐롤은 점점 성탄절 때 부르는 종교 가곡들을 특정하면서 근대 이후 우리가 아는 뜻으로 굳어진 것이다. 단어 자체의 기원은 중세 시대 때 프랑스에서 둥근 원을 만들어 추던 춤의 이름이었다. 이 '프랑스식 강강술래'가 근대 이후 교회 안에서 부르는 종교 가곡의 뜻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프랑스의 '둥글게 둥글게' 춤을 통해 가족 또는 거주 집단이 나누던 동질성과 유대감은 근대에 들어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화했는데, 이런 성탄 행사나 전통들은 영국에서 먼저 시작된 것들이 많다고 한다. 성탄절 축제 가운데에도 영국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성탄 카드를 만들어 보내는 관습도 영국에서 시작한 것이다. 캐롤이라는 용어가 프랑스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캐롤을 부르는 풍습도 영국에서 시작했고, 카드를 만들어 보내는 관습도 영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인들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성탄절에 따로 휴가 기간을 더 두고 '복싱 데이'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우리야 제삼자이니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 자기네들이 원조라고 우기는 경향이 있다는 점만 염두에 두면 될 것이고, 영국인들이 말하는 복싱 데이에는 한 해 동안 수고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좋은 문화라는 사실만 알면 될 것 같다. 우편배달부, 우유배달 소년, 신문 배달 소년,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장갑이나 털구두 같은 선물을 박스에 포장하는 기간, 이게 '복싱 데이'라는 단어의 기원이다. 여기에 캐롤과 함께 성탄절에 빼놓을 수 없는 장식, 성탄 트리도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기후와 지리를 반영한 연말연시 문화는 대부분 유럽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 기독교 문화에서 출발한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아서, 외부 행사보다는 실내, 그리고 가족 단위로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도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다. 한 예로, 북유럽 설화나 민담에서는 매우 무서운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민화에 등장하는 도깨비만 해도 사람들과 좀 친숙한 편이지만 북구 민화 속 괴물들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잡아먹는다. 북유럽 사람들이 겨울을 반영해 상상하고 창작한 결과물이다. 이들에게 한겨울 어두운 밤에 바깥으로 나가는 행위는 목숨을 담보로 내놓는 짓이다. 그 경고의 의미로 북유럽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는 일 또는 혹독한 자연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민담이나 설화에 무서운 초자연적 존재들을 설정했다. 하지만 민담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사람이 문을 열어놓지 않는 이상 절대로 먼저 집 안에 들어올 수 없다. 그만큼 집 안은 안전한 곳, 따뜻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민요조차 차갑다 못해 음산하기도 하지만, 가족과 집을 주제로 할 경우 일반 민요나 전통 음악보다도 훨씬 따스하고 정겹다. 그리고 그 결정판이 바로 연말연시에 함께 듣고 부르는 캐롤이다. 북유럽에서는 언어마다 표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성탄절을 '율(Joul)', 캐롤을 '율송(Joulsong)'이라고 부른다. 발음은 거의 비슷하다. 올해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우리네 마음을 좀 더 따스하게 나눌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좀 더 많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