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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실세로 주목받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영국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머스크가 유럽 정치에 간섭하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머스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영국개혁당에는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패라지 대표는 그만한 자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촉발하고 주도한 패라지 대표는 '영국의 트럼프'로 불린다. 패라지는 지난해 12월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소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머스크와 회동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하는 등 친분을 드러냈다.
친분을 드러냈던 두 사람이 갈등을 겪는 것에 대해 영국 언론은 자국 내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을 둘러싼 이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지난 2일 SNS에 영국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패라지는 지난 3일 GB뉴스에 "로빈슨은 영국 개혁에 필요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실상 석방을 반대했다.
로빈슨은 반이슬람 강경주의를 표방하는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 창설자로 시리아 난민 관련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법원 명령을 어겼다가 지난해 10월 법정 모독죄 등으로 18개월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패라지는 지난 5일 자신의 사퇴를 요구한 머스크의 의견과 관련해 "머스크는 놀라운 사람이지만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며 "로빈슨이 개혁당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 견해는 여전하고 나는 내 원칙을 팔아넘기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패라지가 글을 올린 직후 머스크는 다시 SNS에 "토미 로빈슨을 지금 당장 석방하라"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최근 유럽 정치와 관련해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엑스를 통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과거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있을 때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면서 재조사 착수와 스타머의 총리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3일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의회를 해산한 뒤 새로운 총선거를 치러서 출범 7개월 된 노동당 정부를 쫓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을 엑스에 공유하면서 "예"라는 의견을 남기며 간섭을 이어갔다.
독일 정치에 대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머스크는 독일 매체에 실린 기고문에서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지지했다. 그는 독일 정치에 AfD가 마지막 희망이며 독일을 구할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튿날에는 SNS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향해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비난을 퍼부어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독일은 다음달 23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