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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대(對)멕시코 25% 관세 부과가 한달 유예됐다고 말하고 있다. 2025.02.0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마초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 타이틀을 거머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3)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며 세계 무대에서 큰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대화 끝에 멕시코를 상대로 이날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추가 관세 25%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캐나다산 제품에도 같은 조처를 취했는데, 멕시코 유예 발표가 먼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과) 매우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그녀는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1만 명의 멕시코 군인을 배치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주재 멕시코 대사인 호르헤 과하르도는 "셰인바움 대통령은 훌륭하게 해냈다"며 "다른 세계 지도자들은 셰인바움이 어떻게 잘 해내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좀비 마약' 펜타닐을 문제 삼으며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중국의 업자들이 멕시코로 전구체 화학물질을 운송하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펜타닐을 만든 뒤 국경 검문이 느슨한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관세 유예에는 일찌감치 트럼프의 전략을 파악하고 대비해 온 셰인바움의 노력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셰인바움은 지난해 10월 1일 취임 직후부터 선제적으로 차기 미국 대통령이 유력한 트럼프의 요구에 적극 반응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펜타닐 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셰인바움이 취임 후 4개월 동안 멕시코 보안군은 펜타닐을 대량으로 압수하고 펜타닐 실험실을 찾아내 소탕하는 작전을 진행했다. 멕시코 보안군은 12월에만 1톤 이상의 펜타닐을 압수했다. 이는 2000만 회 이상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취임 후 펜타닐 관련 범죄로 1만 명 이상이 체포됐고, 4개월간 90톤 이상의 약물을 압수했으며 139개 이상의 펜타닐 실험실을 적발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마약 카르텔의 생산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는 증거는 없지만, 멕시코가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멕시코 보안 분석가 에두아르도 게레로는 뉴욕타임스(NYT)에 "중요한 것은 멕시코가 더 열심히, 더 빨리 일하고 결과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셰인바움이 트럼프의 위협에 공개적으로 과민하게 맞대응하는 감정적인 방식을 피하고 물밑에서 꾸준한 협상을 진행한 스타일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가 이번 관세전쟁에 대해 '승리했다'고 자축하는 데 대해서도 개의치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 센터 멕시코 연구소 소장인 릴라 아베드도 로이터에 "셰인바움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녀는 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과 조직범죄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점을 미국에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정부 내에서 조처를 취해 왔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정치학자 데니스 드레서도 "셰인바움은 관세 발표 후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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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멕시코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서 새로 취임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2024.10.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로 관세 유예를 이끌어낸 셰인바움의 국민적 지지율도 소폭 상승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부엔디아&마르케스에 따르면, 셰인바움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보다 3%포인트(p) 상승한 77%로 집계됐다.
셰인바움의 지지율은 줄곧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가 지난달 21~27일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한 셰인바움의 지지율은 66%로, 전 세계에서 투표로 선출된 지도자 중 2위를 차지했다.
학생 활동가이자 기후과학자였던 셰인바움은 지난해 6월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대선 후보로 출마해 우파 야당연합의 여성 후보 소치틀 갈베스(61)를 누르고 당선됐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국제관계 교수인 패멀라 스타는 "셰인바움은 평생 마초주의자들을 만나왔고,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녀는 아마도 트럼프의 자아에 호소했을 것이고, 트럼프가 이민 문제에 대해 승리를 주장하도록 내버려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