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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넘게 이어진 한미 관세 협상이 마침내 최종 타결됐다. 정치권과 재계는 "어려운 협상을 이끈 외교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목소리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에서 만나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25%→15%)와 3500억달러(약 50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구성 방식 등 협상 세부안에 최종 합의했다. 양 정상은 또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안보 의제도 논의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협력펀드인 '마스가 프로젝트'(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포함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뒤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율 등을 두고 세부 협상을 벌여왔다.
이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였던 관세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특히 최대 쟁점이던 3500억달러 대미펀드는 2000억달러를 현금 직접투자, 나머지 1500억달러를 조선업협력펀드에 투입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직접 지분투자가 이뤄지는 2000억달러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반도체·원전(원자력 발전)·2차전지·바이오 등 분야에 장기적·단계적 투자키로 했다. 조선업협력펀드 1500억달러에 대해선 대출 보증 등의 방식이 활용된다.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 5로 배분하기로 양국은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던 25% 고율 관세는 15%로 낮아진다.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관세 조정, 일부 품목의 최혜국 대우 적용 등도 함께 이뤄져 교역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정·재계 "실무진의 노고, 경의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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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재계는 한목소리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익을 지켜낸 외교 당국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타결에 대한 대내·외 압박과 낭설을 이겨낸 국익·실용·실리 외교의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새로운 무역통상 질서 속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뚝심 있는 외교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그는 "내란으로 혼란했던 한국 경제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관세 조정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평가했다.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에 대해서도 "우리 농업·농촌을 지켜낸 강력한 방어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어려운 협상 환경 속에서 협상팀이 고군분투했다"고 밝혔다. 그는 "25%에서 10%p(포인트)를 낮춘 것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라며 "연간 200억달러 상한 설정으로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당파적 관점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자동차 관세율 인하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게 된 현대차그룹은 이날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지겠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관세 인하 합의로 약 3조1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은 "결과를 보면 협상팀이 어지간히 고생했겠다 싶다"며 "서로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창의적 구조(creative structure)를 만들어낸 것은 잘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협상은 일대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결과는 불리하지 않은 협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