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 2공장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전방 산업 침체로 석유화학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금호석유화학이 호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에 따른 변동이 큰 기초유분 사업이 아닌 고부가 제품에 집중한 덕분이다. 회사의 핵심 사업인 합성고무는 글로벌 수요 회복과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4일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9666억원, 776억원으로 전망된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67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문별로는 합성고무 사업이 판가 인상과 래깅 효과로 약 4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합성고무 사업의 핵심인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스프레드가 전 분기 톤당 660달러에서 1분기 709달러로 상승한 결과다. 합성고무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대로 전망된다. 합성수지 영업이익은 약 50억원으로 추산된다. ABS 판매 호조로 흑자 전환할 것이란 분석이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은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대산공장 정전에 따른 가동 중지와 국내 전력 단가 상승으로 5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주요 제품 수익성 악화로 영업손실 912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롯데케미칼은 1분기에도 1300억원대 영업손실이 유력하다.

금호석유화학이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주력 사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석유화학 업계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만든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기초유분을 만드는 사업을 영위한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은 호황기에 NCC(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에 나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심화돼 수익성이 훼손됐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 /사진=머니투데이DB

주요 기업들이 기초유분을 만드는 '업스트림'에 집중할 때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 지휘 아래 기초유분을 다시 분해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합성고무 등 정밀 화학제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에 집중했다. 박 회장은 합성고무 생산라인을 친환경·고부가가치 설비로 바꾸는 결단을 내리며 다운스트림 중에서도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사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박 회장의 결단은 회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도 석유화학 업계 불확실성이 지속되겠으나 금호석유화학은 미중 갈등으로 주력 제품인 NB라텍스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산 의료용 장갑에 대해 2025년 50%, 2026년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대 중국 관세 145%를 더할 경우 중국의 의료용 장갑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의 선제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업황이 꺾인 상황에서도 주력 사업 고도화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내실을 다졌다. NB라텍스 생산능력은 증설 전 71만톤에서 지난해 94만600톤으로 늘었다.

NB라텍스 수요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라텍스 장갑 교체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향상이 기대된다. 증권가에선 글로벌 NB라텍스 수요가 올해 218만톤을 기록, 지난해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톤당 400달러선에 머물던 NB라텍스 스프레드도 톤당 640달러까지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사장은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가속 등 3대 성장 전략 강화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CAGR) 6%를 달성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당기순이익의 30~4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해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