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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적법한 수입 신고 절차 없이 물품을 수입한 구매대행업자도 수입 화주가 아니더라도 밀수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7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매대행업자 임모씨(45)에 대해 징역 1년6개월과 21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하고 이를 3년 동안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임씨는 전자상거래 소매업체를 운영하며 해외에서 물품을 들여와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수입 신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수입 물품은 원칙적으로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본인이 사용할 예정이거나 견본품에 해당하는 물건 중 150달러 이하 가격의 물건에 대해서는 수입 신고를 생략할 수 있다는 관세법 규정을 악용했다.
그는 총 824회에 걸쳐 원가 합계 13억원 상당의 의류 등을 밀수입했다. 수입품 가격을 실제 판매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여 2028만원의 관세를 내지 않기도 했다. 임씨는 자신이 수입 화주가 아니므로 밀수입죄의 주체가 되는 '수입 신고를 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에서의 유죄 판결에 대해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했다.
2심은 임씨가 물품 판매 가격을 결정하고 국내외 운송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통관 절차부터 최종 배송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영업을 진행했음을 근거로 밀수입죄 주체가 수입 화주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수입 신고가 있을 때 납세 의무자는 수입 화주로 보고 구매대행업자 등은 이들과 연대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관세법 규정이 있지만, 밀수입죄는 수입 신고 주체에 대한 별도의 규정 없다"며 "신고 없이 물품을 수입한 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여기에다 행위 주체에 구매대행업자를 포함하는 관세포탈죄와 달리 밀수입죄는 명문 규정이 없다는 임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세포탈죄는 화주를 비롯한 '수입 신고를 한 자'에, 밀수입죄는 '수입한 자'에게 적용되기에 밀수입죄는 관세포탈죄와 달리 구매대행업자를 명시하지 않아도 신고 없이 물품을 수입한 자로 처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관세법 처벌의 주요 목적이 적절한 통관 절차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관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입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미신고 물품 수입 화주나 납세 의무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관 절차에 관여하며 밀수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 자를 의미한다"며 임씨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