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연합 신교 2세 '나비' 유세단이 지난 4일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방지를 호소하고 있다.(제공 가정연합 신교 2세 '나비' 유세단)

(도쿄=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나비' 유세단이 종교법인 해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일본 동경 곳곳에서 날갯짓을 펼치고 나섰다. 이들은 부모에 이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을 믿는 자녀 세대 76명이다.

카게야마 켄류 대표를 비롯해 오무라 사토시 부대표, 닛다 고 대원 등 3명은 지난 12일 동경 치요다구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후배들이나 자녀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겪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 의견을 교환하다가 자발적으로 모였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25일 일본 도쿄 지방법원은 정부(문부과학성)가 청구한 법인 해산명령 청구를 받아들여 가정연합의 종교법인 해산을 명령했다. '나비' 유세단은 이번 명령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2030세대 신자들이 지난 3일 동경 시부야의 본부에서 결성했다.

일본인 부모를 둔 카게야마 대표는 "해산 명령을 촉발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살 이후 '종교 2세'라는 신조어가 언론을 통해 널리 퍼졌다"며 "종교 2세라는 표현에는 부모에게 신앙을 강제당한 피해 자녀들이라는 어감이 강하지만, 우리는 2세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교 2세'라는 나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교(信敎) 2세라는 단어를 새롭게 만들었다. '나비'란 명칭은 3대에 걸쳐 고향으로 돌아가는 ‘제왕나비’에서 따왔다.


카게야마 대표는 "우리 스스로가 부모의 신앙을 선택했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서 일상을 살고 있다"며 "이번 종교해산 명령으로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닛다 고, 카게야마 켄유, 오무라 사토시(제공 가정연합 신교 2세 '나비' 유세단)

닛다 대원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중고교나 대학에서 탈퇴하라고 압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심지어 가정연합에서의 결혼은 개와 고양이를 짝짓기하는 것이라는 비하를 듣기도 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이런 차별은 아베 피살 이후 급증했다”며 ”예를 들어,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정연합에 부정적인 배우자의 폭력으로 골절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교해산이 확정되면 가정연합을 믿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업제한 등 지금보다 더 심한 차별을 예상한다"며 "적어도 어떤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오무라 부대표는 동경대를 졸업한 후 대기업의 취업 권유를 뿌리치고 가정연합 공직자가 돼 교회 2세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정연합 신도임이 알려져 회사에서 사직을 당하는 등 아베 전 일본 총리의 피살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인권 피해 사례는 총 337건에 이른다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나비' 유세단의 첫 유세는 지난 4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렸다. 오무라 부대표는 "이런 차별 속에서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며 유세에 나선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부정적 여론을 통해 세뇌, 고액 헌금 등의 선입견이 퍼져 있어 싸늘한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무라 부대표는 "극소수지만 걸음을 멈추고 경청하는 시민들은 가정연합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며 "작지만 이런 변화를 보면서 희망이 생겼고 전국에서 동참하겠다는 2세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비' 유세단은 동참을 희망하는 신교 2세들을 규합해 전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또한, 한국어, 영어 자막을 추가한 동영상을 제작해 홍보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게야마 대표는 "종교 해산명령이 취소될 때까지 활동하겠다"며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