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간담회에 앞서 제임스 김 암참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2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의 단독 대담에서 디지털 인프라 중심의 경제 구상을 제시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와 규제 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 비전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AMCHAM 오찬을 진행한데 이어 이준석 후보도 대담을 진행함에 따라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공식 대담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날 대담에서 이 후보는 외국 기업의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보장하겠다며 규제 철폐, 노동 유연성 확대, 법인세·최저임금의 지역 차등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을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전략적 리더'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정비하고,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는 영어로 진행한 연설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차세대 경제 핵심 인프라로 정의했다.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기술을 중심으로 외국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그는 법인세와 최저임금의 지역 차등화를 제안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방정부에 마진을 돌려 세율 조정 권한을 부여해 송도나 부산을 싱가포르처럼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송도·부산에 외투기업 유치를 위한 세금감면 패키지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디지털 자유와 기술표준에 대한 입장도 강조됐다. 이 후보는 "한국은 디지털 자유의 수호국이 될 것"이라며 개방형 인터넷, 윤리적 AI, 글로벌 데이터 협력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AMCHAM은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다국적 기업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경제단체다. 각 후보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 규제 환경 개선 의지, 통상정책 방향 등을 검증하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질적 시험대로 기능해왔다.

특히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직면한 66개 규제 이슈를 지적하며, 다음 정부의 정책 예측 가능성과 규제 완화 의지를 주요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이 AMCHAM을 통해 어떤 '경제 리더십'을 보여주는지가 국내외 투자자에게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 후보는 지난 19일 '조기정상회담', '관세협상', '친미외교'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조속한 정상회담 추진을 공약하며, 관세 문제를 포함한 한미 간 포괄적 통상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국 안보와 경제에 필수적인 전략 파트너임을 거듭 확인하며, 보수 진영의 대표적 친미 성향 후보로서 외교·경제 협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AMCHAM과의 대담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 경제의 대응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주요 경쟁자들이 잇따라 외국 경제단체와 정책 대화에 나선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공백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계의 평가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요 경제 단체와의 교류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고착될 경우, 향후 선거 전략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