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탁구가 세대교체 속에서도 세계선수권 동메달 2개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끝난 2025 카타르 도하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이 혼합복식 동메달, 신유빈-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가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은메달은 아니지만 귀중한 메달임엔 틀림없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남매 듀오' 임종훈과 신유빈은 그 기세를 이어 이번 세계선수권 혼합복식에서도 메달을 합작했다.
둘은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에선 각각 다른 파트너와 메달을 획득했지만 혼합복식은 2년 전 8강에 그쳤는데, 이번 동메달로 그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냈다. 아울러 현시점 한국 복식 조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듀오라는 것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임종훈-신유빈은 4강전서 세계 최강 왕추친-쑨잉사(중국)에 막혀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두 게임이나 따내며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중국을 긴장시킨 경기로 평가받는다. 두 선수의 호흡과 기량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더 밝은 빛의 메달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자복식에서 나온 동메달도 값지다.
그동안 여자복식은 신유빈-전지희 '띠동갑' 듀오가 이끌어왔는데, 전지희가 올해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해체됐다. 그 자리를 메운 건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유한나였다.
국제 경험이 전무했고, 전임이 일군 업적이 워낙 화려해 시작부터 비교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유한나는 이같은 우려를 보기 좋게 지워버렸다.
유한나는 자신의 장점인 과감한 공격을 앞세워 경기를 이끌었다. 신유빈이 정교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면, 결정적 순간 포인트를 내는 건 유한나였다.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침착히 제 몫을 해냈다.
왼손잡이인 유한나는 오른손잡이인 신유빈과의 동선과 궤적 호흡에서도 조화를 이뤘다. 국내 여자 탁구 선수 중 전지희의 뒤를 이을 선수가 많지 않아, 여차하면 '오른손-오른손' 조합까지도 고려했던 탁구협회로선 최상의 짝궁을 찾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 여자복식은 2년 전 신유빈-전지희의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을 차지, 세계무대에서 공백기 없이 여자 복식 상위권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결성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보완해야 할 건 많다. 신유빈은 4강전서 해볼 만한 상대라고 여겼던 베르나데트 쇠츠(루마니아)-소피아 폴카노바(오스트리아)에 패한 뒤 "우리가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적은 게 테이블 앞에서는 티가 확 나더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함께 더 많은 경기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낸 선수들도 있다.
한국 탁구는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여자부 전지희, 남자부 이상수가 각각 대표팀을 떠났다. 10년 이상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했던 두 선수가 동시에 빠진 자리에는 2007년생 박가현, 2006년생 오준성 등 젊은 선수들이 채웠다.
이들은 무게감과 경험은 다소 부족했지만 대신 패기와 잠재성으로 희망을 확인했다.
생애 첫 세계선수권인 박가현은 단식 64강서 마니카 바트라(인도)를 4-0으로 완파,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목해야 할 선수라고 소개할 만큼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32강에선 스쉰야오(중국)를 만나 패했지만 큰 무대에서 중국을 처음 상대하면서도 접전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오상은 남자대표팀 감독의 아들 오준성은 남자 단식서 32강까지 승승장구하다 강호 펠릭스 르브렁(프랑스)을 만나 3·4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선전했지만 2-4로 석패했다.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에서도 16강까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석은미 여자 대표팀 감독은 박가현에 대해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탁구의 새 출발선이었는데, (박)가현이에게 특히 좋은 무대가 됐다. 큰 무대에서도 자기 역할을 잘했고 주문한 것을 끝까지 하려고 했다"면서 "앞으로 더 가파른 성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준성 감독은 제자이자 아들인 오준성에 대해 "아직 노력해야 할 게 많다"고 박한 평가를 했지만 "수비나 연결 능력은 세계 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2005년생 김나영 역시 메달은 없었지만 이은혜(대한항공)와 함께한 여자 복식에서 8강, 오준성과 16강으로 복식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편 대표팀 '맏언니' 서효원(한국마사회)은 이번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국가대표의 무게를 내려놓게 된다. 그는 6월 소속 팀에서의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