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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예정된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대선 후보들이 강도 높은 네거티브전을 벌였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첫 시작발언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고 이후에도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 역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논쟁만 부각된 '소모적 토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는 27일 대선 후보자 토론 첫 시작발언에서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오늘은 계엄군들이 광주에 있던 전남도청을 기습해 시민들을 살상한 최후의 날"이라며 "그날 새벽,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동호군, 문재학군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 문재학군은 지난해 12월3일 우리 국민들로 회생해서 이번 내란을 확고히 진압하고 있다"며 "총알은 강하지만 투표보다는 약하다. 국민 주권을 회복하고 내란을 극복하는 이번 선거에 꼭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첫 발언부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세상에 많은 독재가 있지만 대개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라도 내세운다. 그러나 범죄자가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 독재를 하는 이른바 '방탄 독재'는 처음 듣는다. 세계 역사에도 없는 일"이라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하고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자신을 기소한 검사도 탄핵했다"고 이재명 후보를 재차 겨냥했다.
이준석 후보는 시작발언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모두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를 각각 "계엄을 옹호하는 비상식 세력", "포퓰리즘으로 유혹하는 반원칙 세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상식을 되찾는 선거"라며 "'빨간 윤석열'이 지나간 자리를 '파란 윤석열'로 다시 채울 수는 없다"고 거대 양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시작발언을 통해 노동자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지도 못한 채 다시 알바 앱을 켜야 하는 청년, TV토론을 볼 시간도 관심을 둘 힘도 없는 그 청년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말을 건네고자 한다"며 "당신의 삶도 바꿀 수 있다고, 당신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김문수·이준석, '사법·욕설' 리스크 맹공… 이재명, 사과와 함께 반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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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본격 시작된 후 각 대선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방을 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욕설 논란 등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두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는 가운데 틈틈이 반격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재판을 다섯 개 받고 있다"며 "대장동, 위례신도시, 백현동, 성남FC,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 제3자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20대 대선 허위사실공표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문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이런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를 향해 "본인을 위해 재판을 중단하고 대법관 수를 늘리겠다는 법안도 내놓는데 이게 맞느냐"고 "본인이 황제도 아니고 여기에 대해 우려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그 수없이 많은 기소는 김문수 후보가 속한 윤석열 정권의 증거 없는 조작 기소의 실상을 보여준다"며 "증거가 없지 않느냐. 증거가 있었으면 제가 멀쩡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런 일반적인 사법 절차에 관한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해지는 대로 따르면 된다"며 "그런 법률은 국회에서 아직 논의 중이기 때문에 단정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욕설 논란을 들추며 공격에 나섰다. 이준석 후보는 "올해 4월 고등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욕설이 '어머니 주요 부위를 찢겠다'는 건데 이건 누가 만든 말인가"라며 "이재명 후보 욕설을 따라 하는 것 아닌가. 이 자리에서 사과할 의향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제 부족함에 대해서는 수차례 사과 말씀드렸다"며 "다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고 저희 형님이 어머니에게 한 말"이라며 "그런 소리 하는 걸 왜 안 말렸느냐 하는 걸 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이준석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는 모습이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국민들은 슬리퍼 신고 슈퍼 갔다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국회로 달려오고 여성 의원들도 국회로 쫓아와 담을 넘어왔는데 이준석 후보는 강남에서 술을 마시다 바로 국회로 온 것도 아니고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은 거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준석 후보는 "집이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식사 자리에 있던 다른 의원도 똑같이 행동했다"며 "당시 국회 경비대가 당 출입을 차단한 상황이었고 제가 (국회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영상에도) 다 찍혀 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 대한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란 극복이라고 밝힌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계엄과 내란에 대한 입장을 집요하게 물으며 공격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는) 국회에서 기립해 사과하라 했을 때 유일하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김문수 후보는 "그런 방식은 사과가 아니라 일종의 군중 재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계엄으로) 국회를 침탈하고 국민 기본권을 이유 없이 제한했다"며 "이게 내란이 아니면 대체 어떤 게 내란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내란죄에 대한 재판은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