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은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2.50%로 결정했다. '발등의 불'이 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내리면서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나섰다. 같은해 11월에는 3.0%로 2회 연속 금리를 내렸고 올해 열린 1월·2월·4월 금통위에선 '동결·인하(0.25%포인트 인하)·동결'했다. 기준금리가 2.50%로 내려온 것은 2022년 8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136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미국 상호관세 발효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487.6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약달러 흐름에 1360대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지난 2월(1.5%) 0.4%포인트 낮춰 잡은 지 3개월 만이다.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감소한 '역성장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1.6%에서 0.8%로 내려잡았다.

한은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 아시아개발은행(ADB, 1.5%), 국제통화기금(IMF, 1.0%)보다 낮은 수준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가 연 1% 미만 성장에 그친 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등 세 번뿐이다.


미국은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일시적으로 유예됐지만 변덕스러운 미국 관세정책에 따라 대내외 투자와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권한을 넘어섰다며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면서 국제 무역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경제 정책 대응의 무게중심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갔다고 본다"며 "올해 성장률을 좀 더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소비·투자 활성화 등을 유도해 구조적 저성장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재정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