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 인스타그램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연예계의 긴장감도 더 커지고 있다. '선거 이슈'에 휘말리지 않도록, '색깔'과 '손가락' 단속에 나선 것.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지난 27일 인스타그램에 빨간색 장미꽃 이모티콘과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빨간색이 강조되고 숫자 '2'가 디자인된 의상으로, 정치색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에스파가 톱아이돌 그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카리나 논란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의도한 사진"이라는 비판, 또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박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주목하며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백지원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즉시 에스파의 히트곡 '슈퍼노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올리고 "샷 아웃 투(SHOUT OUT TO,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사람이란 뜻)"라고 썼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경기대 교수)은 페이스북에 "위선자들의 조리돌림. 신경 쓸 가치 없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심할 테지만 이겨냅시다"라고 적었다. 또 '카리나 건들면 니들은 다 죽어'라는 태그를 덧붙였다.

사진을 올리자마자 삭제했던 카리나는 논란이 점점 커지자 팬 소통 플랫폼을 통해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계속 오해가 커지고 많이 걱정해서 직접 이야기해 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앞으로는 저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행동하겠습니다"라고 해명했다.


가수 빈지노 인스타그램

빈지노 역시 인스타그램 사진 때문에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인스타그램에 "세계 뻘건디의 날"이라며 빨간색 의상을 입고 육아 중인 모습과 빨간 크림이 들어있는 도넛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빈지노는 해당 게시물을 지운 뒤 "오늘 올린 게시물로 불편하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정치적인 의도는 정말 없었고, 며칠 전 가족이랑 보냈던 평화로운 하루와 작업실에서의 순간들을 오늘 아침 기분 좋게 나누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사전투표 기간 중이라는 타이밍에서 오해를 살 수 있었던 점, 충분히 조심하지 못했던 점은 저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오늘의 게시물은 저도 아쉽고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표현 하나하나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팬들과 소통하면서 괜한 '정치색' 오해를 막기 위한 연예인의 노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브이'(V) 포즈를 하려다가 화들짝 놀라 손을 감추는 모습, '브이' 포즈를 하고 곧바로 가능한 모든 손가락 동작을 다 하거나, 습관처럼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올린 뒤 총천연색 하트를 다 덧붙이는 '웃픈' 사례가 많다.

위아이 용하 / 온라인 커뮤니티

개인 SNS에 투표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지만, 연예인들은 이 역시 조심 또 조심한다. 간접적으로 정치적 성향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흑백 사진으로 보정하거나 무채색 옷을 입고 그 어떤 포즈도 취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 소속 연예인, 콘텐츠 담당자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선거철에는 SNS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공식 석상에 참가할 때 의상의 포즈, 게시글 내용이 오해를 사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예 게시물을 올리지 말라고 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회사와 상의해서 진행한다"라면서도 "모든 상황을 회사에서 다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연예계가 이토록 조심하는 건,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의혹에 휩싸인 뒤 겪을 후폭풍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활동과 관련 없는 정치적인 이유의 호감 혹은 반감을 얻게 되고, 때로는 정치 공방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에게 득보다 실이 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연예인의 언행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해석과 이용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연예인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유명인의 영향력이나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도 연예인 언행보다 정치 현안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