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변은 없었다.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이재명 당선인에 응답했다. 보수 진영의 내홍과 잇따른 단일화 실패는 이 당선인의 독주를 가속했다. 여기에 통합을 강조한 메시지, 탄탄한 당 조직력, 그리고 '대권 삼수생'이라는 이력까지 더해지며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고 유권자의 선택을 이끌었다. 결국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채 최종 승자가 됐다.

① 시대정신을 꿰뚫다: '민주주의 회복' 외친 이재명

'대권 삼수생'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동력은 '시대정신'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권 삼수생'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동력은 '시대정신'이었다.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계엄 사태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단계에서부터 '내란 극복'을 전면에 내세웠고 '진짜 대한민국'으로의 개혁을 완수할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집요하게 강조했다. 정공법을 택한 그의 메시지는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유권자 정서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유권자들은 이 과제를 실현할 적임자로 이 당선인을 선택했다.

② 무너진 보수, 유리한 구도: '반명 빅텐트'마저 무산

승리를 견인한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은 선거 구도와 환경이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승리를 견인한 또 다른 결정적 요인은 선거 구도와 환경이다.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심판 장기화로 유권자들은 보수진영, 특히 '강성 보수'층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선거 직전까지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선거 국면에서 연이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국민의힘은 '극우와의 결별'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보수진영은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치명상을 입었다. 당 지도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강행하며 김문수 후보와 정면충돌했고 결국 후보 교체 사태까지 불거지며 '후보 대 당'이라는 전례 없는 충돌로 치달았다. 이후 김 후보는 가까스로 '기호 2번'을 얻었지만 경선 과정에서 줄곧 단일화를 주장해온 그가 미온적으로 입장을 달리한 데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잡음이 잇따르며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도 적잖이 이탈했고 이 당선인의 독주는 더 가속화됐다. 이 당선인을 위협할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반명 빅텐트' 구축을 위한 단일화마저 끝내 무산되면서 선거 구도는 사실상 일방적으로 흘렀다.

③ 승부 가른 전략 차이: '모두의 대통령' vs '반이재명'

이 당선인은 선거 내내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할 '통합 대통령'을 자임하며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공을 들였다. 사진은 지난 4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윗 사진 왼쪽부터)과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김부겸 전 총리(아래 사진 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이 각오를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승리를 위해 펼친 전략도 차이를 갈랐다. 이 당선인은 선거 내내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마감할 '통합 대통령'을 자임하며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공을 들였다. 통합과 포용을 상징하기 위해 진영과 계파를 뛰어넘는 인선을 단행했다.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부터 문재인 정부의 방역 사령탑이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등을 영입하고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김상욱 의원을 끌어안은 것이 대표적이다. 유세 현장에서는 "반쪽에 의지해 나머지 반쪽을 탄압하고 편 가르는 '반통령'이 아닌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세대·계층·성별 등 다양한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 당선인의 메시지는 유권자들의 문제의식과 맞아떨어졌다.

반면 김 후보는 '반이재명' 마케팅에 집중했다. 전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를 당사로 부르는 등 이 당선인의 '법인카드 의혹' 등을 재차 꺼내 들고 이 당선인과 가족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했지만 대부분이 2022년 대선에서 언급된 이슈였던 만큼 파괴력은 제한적이었다. 당협위원장들까지 나서 "아무리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네거티브 캠페인을 펼쳤지만 오히려 국민의 피로감만 키우는 '비전과 가치의 공유 없는 이합집산'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④ 조직력이 만든 승리: '원팀 민주당'

당 조직의 결집도 이재명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김경수, 김동연 후보와 두 팔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당의 결집도 이재명 당선인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당선인은 선거 내내 '원팀'을 강조했다. 2021년 대선 경선에서 벌어진 '내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당시 이 당선인과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을 끝내 봉합하지 못했다.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대선에서 0.73%포인트(p) 차의 석패를 겪어야 했다. 3년 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 경선 이후 이 당선인은 김경수 의원 등 경쟁 후보 측 인사를 선대위에 적극 포섭했다.


당 역시 조직력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전국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표심을 끌어모았다. 유세차량 진입이 어려운 소도시까지도 빠짐없이 발길을 옮겼다. 선거 막판까지 이어진 네거티브 공방에는 공보팀, 법률지원단, SNS본부가 신속히 대응하며 지지율 하락을 막았다. '호텔 경제학' 발언과 '커피 원가 120원' 논란,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실언 등 설화가 잇따랐지만 지지율에 유의미한 타격은 없었다는 평가다.

⑤ 준비된 후보의 힘: 경험·조직·전략, 삼박자 이뤄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도 이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인만큼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과 동시에 취임해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그만큼 사전 준비가 얼마나 잘 돼 있느냐가 표심을 결정하는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 당선인은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며 불확실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파고들었다.

2022년 대선에서의 낙선 경험은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3년의 세월은 그를 성장시켰다. 당시엔 희미했던 안정감과 절실함이 짙어졌고 세력과 조직도 크게 확장됐다. 이 당선인 직속으로 15개의 위원회가 설치됐고 전국 단위의 현장 대응 체계도 탄탄하게 구축되는 등 조직력 면에서 경쟁 후보들을 압도했다. 일찌감치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등 한발 앞선 주자로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을 안기기도 했다. 후보의 경험·역량, 조직력, 전략·전술이 삼박자를 이룬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