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국제공항점 임차료 인하 조정 신청을 제기한 가운데 2일 첫 심리가 열린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구역에서 공항 이용객이 면세점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조정신청을 제기한 가운데 2일 법원에서 첫 심리가 열린다. 앞서 양사는 임대료 부담을 호소하며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면세업계는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사업이 최근 적자를 거듭하게 돼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천공항의 임대료 산정 방식이 기존 고정 임대료에서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변경됐으나 공항 이용객 수가 늘고 있음에도 면세점 매출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적자의 주원인으로 막대한 공항 임대료가 꼽히면서 '승자의 저주'만 남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7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도 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지난해 197억원, 올 1분기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면세점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대료가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항 면세점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시내 면세점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전할 수 있었지만 최근 시내 면세점 실적이 하락하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로 몰려 면세점 매출이 하락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과거에도 관광객들은 시내 관광지에서는 중저가 현지 물품을 사고, 면세점에서는 명품이나 면세 물품을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세점 실적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것은 그만큼 업황이 전반적으로 쇠퇴했다는 뜻이고 공사와 정부에서 이 부분을 감안해 임대료를 재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이번 조정 신청에도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해외 주요 공항들이 면세점 임대료 완화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최근 임대계약이 만료된 해외 면세점 운영사들에 재계약 임대료를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국제공항도 임대료 인하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임대료 조정에 대한 결정을 단독으로 내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새정부 출범 이후 공사의 입장 변화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