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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폭격과 외부 자본 유입으로 흔들리는 자동차·항공업계에서는 한국 경제의 안정적 재도약과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책 마련을 호소한다.
외풍에 먹구름 드리운 '자동차산업'
자동차산업은 미래 가장 촉망 받는 분야인 동시에 최근 가장 타격을 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이다. 자동차산업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따른 심각한 타격에 직면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내 정세 불안과 대통령 리더십 부재 속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협상 주도권을 빼앗겼다.한국 자동차산업이 봉착한 위기는 수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금액은 18억4000만달러(약 2조5291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32% 줄었다. 대미 자동차 수출금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감소폭은 ▲3월 9.8% ▲4월 19.6% ▲5월 32% 등 매달 벌어지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3일(현지시각)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관세 부과에 재고 물량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는데 최근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는 관세 조치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공장 가동 등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따라 관세 부담이 커진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이어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를 준공했다.
당초 미국 10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지만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HMGMA의 생산량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확대해 총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지 생산량 증대로 관세 압박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동시에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여파에 고정 비용 증가와 가격 인상 부담 등에 직면했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방어 태세를 가동할 수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연계된 중소·영세 부품업체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체 자동차 수출의 49.1%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수출액금은 51조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이 관세 타격을 입을 경우 부품 업계에도 연쇄 타격이 이어져 자금 압박 등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 진다.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약한 데다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심해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짓는다.
완성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자율주행·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모빌리티 도약에 속도를 내야할 시점에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관세 폭격이 이어져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막혔던 자동차산업 발전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며 "미래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규제 개혁과 인재 육성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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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도 '대주주 적격 심사' 도입 목소리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한 호반그룹의 경영권 침탈 우려로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호반그룹이 호반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동원해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지속해서 사들이는 등 꾸준히 지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며 경영권 침탈 우려를 일축했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좁히고 있어 경영권 간섭 의도가 명확하다고 본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0.75%지만 우호 지분을 포함하면 의결권은 46.23%에 달해 경영권 방어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대한항공과 함께 글로벌 항공동맹 스카이팀에 속한 델타항공(지분 14.9%)도 확실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과 소송 갈등을 빚고 있는 LS그룹도 한진그룹 지원 대열에 합류했다. LS는 최근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발행했다.
교환사채는 발행기업이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회사채를 뜻한다. LS 자사주를 한진그룹이 사고 LS그룹도 한진칼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두 회사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문제는 호반그룹이 아파트 건설을 주 업으로 삼고 있어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에 대한 전문성 없다는 점이다.
항공업은 축적된 전문 경영 노하우와 해외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분만 많으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실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승객들은 심각한 불안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령 대한항공이 아파트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할 경우 건설업계에서도 이를 가만히 두고 보겠냐는 시각이다.
건설업과 항공업이라는 각 사의 전문 사업 영역이 명확해 신사업 진출이나 미래 먹거리 확대 등으로 포장하는 것도 무리수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에도 금융회사와 통신회사처럼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도입돼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해당 분야 전문성은 갖추지 못했지만 자본력만으로 지분을 늘려 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당시 대한항공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떠넘길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항공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데다 관련 전문성을 갖춘 회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실한 아시아나항공을 떠넘겨 대한항공에게 국내 항공업 도약과 재편의 부담을 준 산업은행도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최근 야기된 경영권 침탈 우려 등의 혼란을 차단하고 대한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시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문영역이기 때문에 자본 논리로만 경영권을 부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