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가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을 인수할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이 다시 한 번 매각설의 중심에 섰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큰손' 중국 텐센트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창업주인 고 김정주 NXC 전 회장의 유족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시선이 집중됐다.

국내 게임산업을 이끌어온 맏형 '넥슨'이 넘어간다면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는 넥슨 지주사인 NXC 인수를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거래 규모는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텐센트는 자사의 게임 부문 강화 및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넥슨을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NXC와 계열사인 NXMH BV는 그룹 본사 넥슨재팬의 지분 44.4%를 갖고 있다. 김 창업주의 부인 유정현 의장과 두 딸이 NXC의 지분 약 67.6%를 보유하고 있다. 넥슨재팬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돼 일본 도쿄에 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과 달리 한국 게임 기업으로서의 정체성 논란을 지속적으로 야기해왔다.

텐센트의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등 게임사 및 사모펀드 등과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당시에도 거래 규모만 10조원으로 추산됐다.


텐센트가 넥슨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던전앤파이터(던파)'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던파는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아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넥슨의 효자 타이틀이자 텐센트와의 전략적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던파 IP의 파급력을 이미 경험한 텐센트로서는 넥슨을 인수해 IP 수급과 유통을 전부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텐센트의 인수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게임업계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로 시작해 국내 온라인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이지만 한국이 아닌 일본 상장을 택해 국내 1위 게임기업임에도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세계 게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K게임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시각도 많았다. '한국 게임의 자존심'으로 불리기엔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텐센트는 지난 5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10%를 인수했으며 이전부터 시프트업(34.76%), 크래프톤(13.71%)과 넷마블(17.52%) 지분을 확보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텐센트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약 39조원으로 알려진 만큼 넥슨 인수 역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정주 창업주의 유족들이 상속세 지분 물납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데 이번 텐센트의 제안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단순한 지분 이동을 넘어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에 중국 자본이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역시 산업 주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넥슨의 '실소유권' 이슈는 단순한 기업 매각 논의를 넘어 한국 게임산업의 구조적 정체성 논의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