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갈등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항공 업계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서 결항편을 확인하는 승객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해운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연료비 비중이 큰 업계 특성상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에 타격이 예상된다. 매출원가 상승은 항공권과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8일(현지시각)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4%(0.30달러) 오른 배럴당 75.14달러로 거래됐다. 전날 4.3% 급등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상승세다. 브렌트유 8월물도 0.3% 상승한 76.70달러를 기록했다.


유류비는 항공 운항 비용의 30~35%를 차지해 기름값이 오르면 항공사의 지출 부담이 커진다. 항공유 가격이 5% 상승할 때 항공사 영업이익률은 1% 포인트(p)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약 430억 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 업계의 향후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분기 고환율·유가 부담으로 국내 대부분 항공사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역대 1분기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 줄었고 아시아나항공은 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타격이 더 컸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각각 326억원, 3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진에어는 영업이익이 41% 감소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환율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자 항공업계는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6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일제히 인하하고 특가 항공권 판매도 확대했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국제 유가(싱가포르 항공유 기준) 변동에 따라 항공사가 운임에 부과하는 추가 요금이다.

중동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유류할증료가 오르고 소비자 부담 증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통상 유류할증료는 유가 변동에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7~8월쯤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해운업계도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탱커선의 모습. /사진=로이터

해운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운사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5%로 유가 상승 시 비용 부담이 커진다. HMM의 지난해 선박 연료 매입액은 1조4420억원에 달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산 석유·가스가 대양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로 전 세계 석유 5분의 1이 통과한다. 대체항로가 없는 구간으로 봉쇄 시 해상 운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HMM을 비롯한 국내 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본다. 2023년 말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수송로가 마비되자 글로벌 해상 운임이 급등한 바 있다.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 13일 기준 2088.44로 지난 3월 셋째 주(1292.75)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재까지는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국내 해운사들이 직접 영향받는 것은 없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물동량 위축과 비용 부담 증가로 해운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일부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해 우회 노선과 대체 항만을 검토하고 있다.

HMM 관계자는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 연료비나 보험료가 상승해 매출원가 부담이 늘게 된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선박 운항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운임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