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신광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기)성용이와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은 개인적으로 기쁘다. 그러나 축구인 입장에서는 성용이가 FC서울에서 마무리했으면 더 빛났을 것이다."

기성용(36)이 포항 스틸러스 입단을 앞둔 가운데 포항 '레전드' 신광훈이 기쁘면서도 아쉬운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지난 2006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해 20년 동안 K리그에서는 서울 유니폼만 입었던 기성용이 팀을 떠난다. 기성용은 오는 7월 3일 포항 구단과 이적 합의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부터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 영입을 앞두고 "기성용의 몸 상태만 좋다면 매 경기 출전시킬 생각"이라면서 "주전으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체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축구 지능은 여전하다. 포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박태하 감독 못지않게 포항의 레전드인 최고참 신광훈도 신입생을 환영했다.


신광훈은 뉴스1과 통화를 통해 "성용이와는 과거 연령별 대표팀, A대표팀에서 함께 뛴 적은 있지만 클럽에서는 처음으로 함께 뛰게 됐다. 옛날부터 '같은 구단에서 한번 발맞추고 은퇴해야 하는데'라고 농담을 했는데, 현실로 이뤄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면서 웃었다.

포항 스틸러스 신광훈. /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지난 2021년 포항 복귀 후 또래 동료들과 이별이 잦았던 신광훈이기에 기성용의 합류는 그에게도 어색하다.

신광훈은 "사실 동료들과 이별은 익숙해졌는데, 시즌 중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는 것은 흔치 않아 기쁘다"면서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찬희가 잠시 팀을 떠나게 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광훈은 박태하 감독이 기성용을 영입할 때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눈 선수다.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최고참'인 신광훈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지,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떤지 면밀히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 영입 과정에서 박 감독과 만났던 신광훈은 "감독님께서 성용이에 대해 여쭤보셨고, 나는 '무조건 팀에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면서 "팀 분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제 성용이가 이적하기로 한 만큼 더 잘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 구단의 레전드인 신광훈 입장에서 기성용 영입은 분명 반갑지만 한 구단의 '레전드' 선수가 이별하는 방식이 안타깝기도 하다.

신광훈은 포항의 유소년팀인 포항제철중과 포철공고를 거쳐 2006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 포항 유니폼을 입고 14년째 활약 중이다. 선수 생활 초창기에는 전북 현대에서 임대 생활을 하고, FC서울과 강원FC에서 각각 2년씩 뛰었지만 포항 팬들에게 신광훈은 특별하다.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을 앞둔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특히 지난 2021년 포항에 돌아온 뒤에는 팀이 힘든 상황에서도 궂은일을 맡으면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김승대(대전), 신진호(인천), 임상협(은퇴) 등 베테랑들이 하나둘 떠나고, 감독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최고참으로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을 떠받치고 있다.

신광훈은 "개인적으로 성용이와 함께 뛰게 돼 기쁘다. 하지만 같은 축구인, 선배 입장에서는 성용이가 서울에서 은퇴하는 것이 더 빛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나에게 '포항에서 은퇴를 고민할 때 다른 팀에서 이적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할거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나는 포항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고 늘 생각했다"면서 "성용이도 서울에서 마무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포항 선수단은 7월 3일까지 휴식을 취한 뒤 7월 4일부터 훈련에 돌입, 하반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신광훈은 "통화로 성용이와 짧게 얘길했는데, 훈련장에서 만나면 많은 대화를 나누며 호흡을 맞추겠다"면서 "더 재미있고, 좋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