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중국과 동아시안컵 1차전을 치른다. 다시 '공한증'을 안겨줘야할 무대다.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동아시아 축구 최강을 가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 7일 저녁 막을 올린다. 첫 테이프는 '월드컵 모드'에 돌입한 개최국 한국이 끊는데 상대는 또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중국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중국과 E-1 챔피언십 1차전을 갖는다. 대표팀은 이어 11일 오후 8시 홍콩, 15일 저녁 7시 24분 일본과 경기한다.


흔히 동아시안컵으로 불리는 E-1 챔피언십은 남자부가 2003년부터, 여자부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격년 개최를 원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 일본, 중국이 번갈아 개최한다. 2019년 부산 대회 이후 6년 만에 다시 동아시안컵을 안방에서 열게 된 '최다우승국' 한국은 통산 6번째 정상을 노린다. 일본과 중국은 나란히 2번씩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라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꾸렸다. 26명 중 3명의 J리거를 제외하면 모두 K리거들이다. 이중 김동헌(인천)만 K리그2 선수이고 나머지는 모두 K리그1 소속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희찬, 황인범 등 유럽파들이 함께 할 수 없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구성이기는 하지만 내부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두고 펼쳐지는 대회다. 26명의 동아시안컵 멤버 중 분명 북중미행 비행기에 오를 선수들이 나온다. 홍 감독 역시 "테스트라는 명목 하에 전쟁이 시작됐다"며 확실한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테스트라는 명목 하에 전쟁이 시작됐다며 확실한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첫 상대는 중국이다. 월드컵이 48개국 체제로 전환됐음에도 본선 진출에 실패한 중국은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과 결별하고 데얀 주르예비치 중국 U20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긴 채 이번 대회에 나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분명 한국의 우위지만 대회 첫 경기는 언제 어느 때나 쉽지 않다. 특히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중국 축구 입장에서는 15년 전 처음으로 한국을 꺾었던 동아시안컵에서의 짜릿한 기억을 떠올리고 나설 경기다.

한때 중국과의 축구대표팀 경기가 성사되면 늘 '공한증'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었다. 글자 그대로, 중국이 한국에 공포심까지 느낄 정도로 맞대결 전적은 일방적이었다.

한국은 1978년 12월 17일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차범근의 결승골로 중국을 1-0으로 꺾은 뒤 30년이 넘도록 27경기 연속 무패(16승11무)를 달렸다. 그렇게 철저하게 당하던 중국 축구가 한국을 처음으로 꺾은 무대가 바로 동아시안컵이다.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4회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0-3으로 크게 졌다. 한국은 충격에 빠졌고 중국 언론은 드디어 공한증이 깨졌다며 대서특필을 쏟아냈다. 두려움을 떨친 영향이었을까. 이후 중국 축구는 한국과 당당히 맞섰다.

한국과 중국은 2017년 다시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2-2로 비겼을 때까지 총 6번 겨뤘는데 2승2무2패, 호각세였다. 2017년 중국 창사에서 슈틸리케호가 0-1로 패한 '창사 참사'도 포함된, 한국 축구에 암울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후 2019년 AFC 아시안컵부터 지난해 서울에서 펼쳐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까지, 한국이 내리 5번 승리하면서 다시 일방적인 흐름으로 바뀌었다. 가뜩이나 한국 축구의 위상이 이전 같지 않은 상황인데 다시 한번 '공한증'이라는 단어를 소환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에 치르는 '한일전'이 사실상 결승전처럼 펼쳐질 공산이 높다.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해야하고 폭염 속 나흘에 한 번씩 경기가 열린다는 것을 감안해야할 일정이다. 홍콩과의 2차전보다는 중국전에 나서는 선수들이 일본전에 출전할 공산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면 더 재밌을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