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스님과 달라이 라마. (제공=담앤북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1987년 7월 1일, 인도 다람살라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그 자리에서 38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이곳이 제 고향입니다."
38년간 인도 다람살라에서 수행 정진 중인 청전스님이 에세이 '그림자 속의 향기'를 출간했다. 전작 이후 5년 만의 신간이다.

청전스님인 이번 신간에서 수행 여정과 인간적 고뇌, 출가의 이유, 그리고 라다크와 티베트에서의 헌신적 삶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스님은 1987년 달라이 라마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줄곧 다람살라에 머물며 티베트 불교를 수학했고, 달라이 라마의 통역과 법회 수행을 돕는 한편, 수행자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특히 1993년, 티베트 성산 카일라스를 도보로 순례하는 과정에서 스님은 깊은 종교적 신비체험을 겪는다.


그가 순례를 마친 뒤 달라이 라마를 다시 찾았을 때, 스님이 말하지 않은 그 체험을 달라이 라마가 먼저 언급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순간, 믿음과 존경이 저절로 솟구쳤다"고 말했다.

책에는 청전스님이 히말라야 라다크 지방에서 노스님과 사미승들에게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4000~5000m 고개의 험로를 넘나들던 기록도 담겼다.

그는 "주는 일은 내려서 주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받쳐 올리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고산 지대의 곰빠(사찰)에서 만난 스님들이 성지순례 중 바다를 보고, 생전 처음 맛본 짠 바닷물을 뱉어내던 장면, 천일 흑방 폐관 수행을 마친 수행자들과의 만남, 티베트 전통의 신탁승 의식 등도 생생히 녹아 있다.

서문에서 스님은 "한국을 방문하면 인도에 아직 있느냐, 나이도 적지 않으니 이제 돌아올 때가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며 "하지만 나에게 다람살라는 여전히 고향이고, 이곳에서의 삶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청전스님은 공식 직함 하나 없이 다람살라에 머물며 비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를 '사람을 받드는 사람'이라 표현한 그는 화려함보다는 청빈과 헌신이 수행자의 본질이라 믿는다.

△ 그림자 속의 향기/ 청전스님 씀/ 담앤북스/ 1만 6000원

그림자 속의 향기